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awon Jun 04. 2019

2018.13_아일랜드 낙태죄 폐지 그 이후

유럽연합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법을 두고 있는 곳은 폴란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그리고 몰타다. 이중 아일랜드가 지난 5월 25일, 낙태 합법화 여부에 대한 국민 투표를 실시해 35년 만에 유권자의 힘으로 낙태를 합법화시키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번 국민 투표는 산모와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권리를 보장하며 낙태를 전면 금지한 헌법 수정안(1983년) 폐지를 원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를 물었으며, 66.4%의 유권자가 헌법 수정안 폐지(반대는 30%)를 찬성했다. 독일 언론 ‘도이치벨레(DW)’ 집계에 따르면 유권자 투표율은 62%로 기록됐다.


앞으로 아일랜드 의회는 임신 12주 이하 여성과 특수 상황에서 낙태가 가능한 법안을 제정하게 된다. 아일랜드는 2012년까지 거의 전면적인 낙태 금지법을 시행해오다 낙태가 거부된 한 여성이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졌었다. 당시 법안이 수정되긴 했으나 여전히 산모 생명이 위험한 경우 등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 낙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를 두고 아일랜드에서는 ‘역사적인 결과이자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레오 바라드카르(Leo Varadkar) 아일랜드 총리는 “우리는 여성들을 신뢰한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의 건강과 관련해 내릴 옳은 결정과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앞서 2015년에는 국민 투표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출처:dw.com


낙태법 폐지를 이끈 아일랜드의 조용한 혁명 바람은 북아일랜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6월 7일, ‘도이치벨레’ 보도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북아일랜드의 엄격한 낙태법이 유럽 인권법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인권위원회(Northern Ireland Human Rights Commission, NIHRC)가 비인간적인 북아일랜드 낙태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현재 북아일랜드는 성폭행,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태아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낙태가 불법이며 산모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언론은 북아일랜드 낙태금지법 수정 여부가 영국 정부와 북아일랜드 정부에 달려있지만, 현재 북아일랜드 의회가 정치적 난항을 겪으며 일시 중지되어있기 때문에 영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이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낙태를 완강히 반대하는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DUP)과의 관계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28개 유럽연합 회원국 중 25개국은 여성이 낙태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갖고 있으며, 임신 초기에 사회경제적 또는 심리적 이유로 인한 고통이 있다면 제한 없이 낙태를 선택할 수 있다. 요청에 따른 낙태 허용 기간은 국가별로 조금씩 다르다. 슬로베니아나 크로아티아의 경우에는 마지막 생리 기간부터 10주 이내이며 스웨덴은 임신 18주 이내다. 영국은 산모나 태아가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에 위험이 있을 경우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EU 국가의 평균 낙태 허용 기간은 임신 12주 이내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채혜원 통신원 (독일)

chaelee.p@gmail.com


2018년 4월

작가의 이전글 2018.12_메르켈 총리, 여성의원 비율 증가 노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