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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won Jun 04. 2019

2018.15_여성 인권 위해 앞장서고 있는 ‘튀니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언론이 아랍 세계에서 여성 인권 신장에 앞장서고 있는 ‘튀니지(Tunisia)’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 13일, 튀니지 ‘여성의 날’을 맞아 베지 카이드 에셉시(Beji Caid Essebsi) 튀니지 대통령은 남녀 상속권을 동등하게 보장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튀니지를 비롯해 샤리아(sharia)나 이슬람법이 적용되는 다수 국가에서 남성 상속인은 동일한 혈연관계 수준에 있는 여성보다 두 배의 자산을 받게 되어있다. 

 

에셉시 대통령은 “법 앞에 남성 시민과 여성 시민은 차별 없이 평등하다.”며 “이에 남녀 상속법을 평등하게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상속 평등법 제안은 지난해 에셉시 대통령이 국가 인권법을 재검토하기 위해 세운 위원회가 제시한 사회 개혁안 중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시민 사회와 정치인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동성애 차별 금지와 사형제 폐지 등을 제안했다. 대통령의 개혁안 발표 이후,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는 개혁안에 대한 항의 집회와 찬성 집회에 수천 명의 시민이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출처:dw.com


튀니지는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래로 이슬람 국가 중 여성 권리 실현에 진보적인 역할을 해왔다. 튀니지 하비브 부르기바 초대 대통령은 강제결혼과 일부다처제를 폐지했으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여성들은 모든 직업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튀니지 정부는 무슬림 여성들이 무슬림이 아닌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합법화했으며,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도 통과시켰다. 


튀니지의 여성폭력 보호 법안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역사적인 이정표로 기록되고 있다. 이 법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형태의 폭력을 불법으로 분류한다. 성희롱, 가정 폭력 등 여성에 해를 가하는 신체적, 도덕적, 성적 그리고 경제적인 모든 침략 형태를 범죄로 규정한다. 독일 언론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이 법은 가정 폭력 피해 여성이 정부로부터 의료 및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이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 국가의 여성들은 거리에서 폭력에 맞서는 시위를 이어왔고, 그 결과로 튀니지에서 최초로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법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이번 법안 제정 전에는 폭력으로부터 피해 여성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법조차 없었다. 최근 튀니지 여성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0%가 대중교통에서 모욕을 당한 적이 있으며 기혼 여성의 76%가 신체 또는 심리적인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국제인권감시기구는 이 법안으로 여성들이 폭력으로부터 보호받고 더 나은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법 시행은 실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튀니지뿐만 아니라 모로코와 알제리와 같은 이웃 나라에서도 관련 법률이 제정될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는 아랍의 봄 이후 치러진 첫 도시 선거에서 최초 여성 시장이 선출됐다. 이슬람 정당인 엔나흐다(Ennahda) 당 소속의 수나드 압데라힘(Savad Abderrahim)이 그 주인공이다. 당선 당시 압데라힘 후보는 “튀니지의 여성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한 진정한 승리”라고 말했다.  


여러 유럽 매체는 이처럼 튀니지에 여성 권리를 증진시키는 새로운 법안들이 마련되고 첫 여성 시장이 당선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종교적인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점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여성이 혼자 사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고, 딸들은 허락 없이 여행을 허용하지 않는 문제 등을 짚었다. 대부분 종교 교리와 관련된 사항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역사적으로 튀니지에서 여성폭력방지법이 통과됐을 때, 튀니지 신문 ‘Le Temps’는 “아랍 세계 여성들은 보수적인 종교 교리로 고통받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평등과 존엄성이 존재하는 현실을 원한다면 교리를 바꿔야 한다.”고 적은 바 있다. 앞으로 튀니지가 여성 인권과 관련해 어떤 진보적인 행보를 이어갈지 유럽 매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채혜원 통신원 (독일)

chaelee.p@gmail.com


2018년 8월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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