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한테 역할을 줘야 결과가 달라진다

같은 질문인데 왜 답이 매번 다를까

by 어팀공

"이거 AI한테 물어봤는데, 왜 나는 이런 답이 안 나오지?"


주변에서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을 거다.


같은 ChatGPT, 같은 Claude를 쓰는데 누군가는 쓸 만한 결과를 뽑고, 누군가는 뻔한 텍스트 덩어리만 받는다. 비결은 프롬프트의 길이가 아니다. 역할(Role)을 줬느냐, 안 줬느냐의 차이다.


왜 AI는 역할이 필요한가

AI는 기본적으로 "모든 상황에 맞는 중간값"을 출력하도록 학습되어 있다.


누가 물어볼지 모르는 상태에서 학습했으니,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무난하게 답할 수 있는 형태로 반응하게 된 거다. 그래서 아무 설정 없이 질문하면 AI는 가장 보편적인 답을 내놓는다.


너무 틀리지 않은, 그러나 딱히 유용하지도 않은.


예를 들어 이렇게 물어본다고 해보자.

"물류 스타트업의 마케팅 전략을 알려줘."

AI는 브랜딩, SNS, 콘텐츠 마케팅, B2B 영업... 이런 항목들을 나열해 줄 거다.

교과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 읽으면 틀린 말은 없는데, 막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건 AI가 나쁜 게 아니다.

맥락이 없으니까 맥락 없이 답한 것이다.


역할 설정이란 무엇인가

역할 설정은 단순히 "전문가처럼 써줘"가 아니다.

"전문가처럼 써줘"는 역할이 아니라 그냥 수식어다.


AI는 이 말을 들어도 어떤 전문가인지, 어떤 상황인지, 누구에게 말하는지를 모른다.

결국 또 중간값을 낸다.


진짜 역할 설정은 이렇게 생겼다.

"너는 B2B SaaS 스타트업에서 10년간 마케팅을 해온 CMO야.
지금은 시리즈 A 직전 단계의 물류 테크 스타트업에 조언을 해주고 있어.
대기업 영업팀장 출신의 CSO가 마케팅 예산을 줄이자고 주장하는 상황이야.
이 상황에서 마케팅 전략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논리를 짜줘."

같은 주제인데 느낌이 완전히 다르지 않나.


이제 AI는 방향을 안다.

어떤 관점에서, 어떤 독자에게, 어떤 목적으로 말해야 하는지를.


역할 설정의 3가지 축

역할을 제대로 주려면 세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1. 포지션 - 이 사람은 누구인가

단순히 직함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관점과 경험을 설정하는 것이다.

"마케터처럼 답해줘" - 잘못된 설정

"B2B SaaS 마케팅 10년 경력, 현재 스타트업에서 예산 없이 리드를 만들어야 하는 마케터의 관점에서" - 올바른 설정


경험치와 제약 조건이 들어가면 AI의 답도 훨씬 현실적으로 바뀐다.

'이상적인 교과서'가 아니라 '실제로 해본 사람의 판단'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2. 상황 — 지금 어떤 맥락인가

같은 포지션이라도 상황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린다.

예를 들어 "전략 컨설턴트"라는 역할을 줬다고 해도,

위기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컨설턴트인지

3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 전략을 설계하는 컨설턴트인지

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상황을 구체적으로 줄수록, AI는 그 상황에 맞는 논리 구조를 스스로 선택한다.

내가 일일이 "이런 식으로 써줘"를 반복하지 않아도.


3. 독자 — 누구에게 말하는가

이게 가장 많이 빠지는 축이다.

기획서를 써달라고 하면서 "누구에게 보여줄 기획서인지"를 안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CEO에게 보여줄 거냐, 현업 담당자에게 보여줄 거냐, 투자자에게 보여줄 거냐.


이 세 가지는 강조점도, 언어도, 분량도 다 다르다.


AI도 마찬가지다.

독자를 알면 그 독자에게 맞는 언어와 구조로 쓴다.

독자를 모르면 가장 범용적인 방식으로 쓴다.


실전에서 이렇게 쓴다

나는 실제 업무에서 역할 설정을 이렇게 한다.

한번은 고객사에게 보낼 제안서 초안이 필요했다.

그냥 "제안서 써줘" 하면 뻔한 구조가 나온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설정했다.

"너는 지금 ESG 공시 규제 대응을 고민하는 대기업 물류 담당 팀장에게 처음으로 제안을 하는 스타트업 BD 담당자야. 이 팀장은 기술보다는 비용과 리스크 관리에 관심이 많아. 설득력 있는 첫 미팅용 제안 구성을 짜줘."

결과물이 달랐다.

기술 스펙 나열이 아니라, 이 팀장이 지금 겪고 있을 불편함에서 시작하는 흐름이 나왔다.


규제 일정, 비용 절감 포인트, 도입 리스크 최소화 순서로.


내가 처음부터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써줘"라고 시켰다면 그냥 형식적인 리스크 항목이 나왔을 거다.

하지만 역할과 독자를 설정해주니, AI가 알아서 그 관점을 논리 구조에 녹여냈다.


역할 설정이 효과 있는 또 다른 이유

역할을 주면 AI가 내 요청을 덜 오해한다.

우리가 말을 할 때 항상 모든 걸 설명하지는 않는다.


"전략 짜줘"라는 말 뒤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어떤 수준의 답이 필요한지, 얼마나 현실적인 제약을 반영해야 하는지를 AI는 추측해야 한다.


역할 설정은 이 추측의 여지를 줄여주는 것이다.

내가 "CFO 입장에서"라고 하면, AI는 그 관점에 맞는 기준을 스스로 적용한다.


비용 효율, 투자 대비 수익, 리스크 노출 같은 언어를 자동으로 선택한다.

내가 매번 "숫자 중심으로", "실행 비용도 함께", "리스크도 언급해"를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그래서 기획자가 유리하다

지난 화에서 AI 시대에 기획자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얘기했다.


역할 설정이 바로 그 이유 중 하나다.

역할을 설정한다는 건, 결국 이 작업에 필요한 관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이다.


이게 기획 사고다.

"지금 이 결과물은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가." "이걸 받는 사람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어떤 언어와 구조가 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가."


AI는 이 판단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단지, 내가 판단한 것을 구현하는 속도를 빠르게 해줄 뿐이다.


역할 설정이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사실 그건 어떤 관점에서 이 결과물을 봐야 하는지를 아직 명확히 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역할 설정 연습이 곧 기획 사고 훈련이기도 한 이유다.


페르소나를 조합하는 방법

역할 설정에 익숙해지면, 여러 역할을 조합해서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너는 두 가지 관점을 동시에 가진 사람이야.
하나는 10년 경력의 운영 효율 전문가.
또 하나는 환경 규제 컨설턴트.
이 두 관점이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면 그것도 같이 알려줘."

이렇게 하면 단순한 답변이 아니라, 두 관점 사이의 긴장 구조까지 볼 수 있다.


실제 의사결정 상황에서 훨씬 유용한 형태다.

처음부터 이렇게 쓰려고 하면 어렵다.

먼저 단일 역할을 정확하게 주는 연습부터 하는 게 좋다.


오늘 당장 써먹는 한 줄 액션

다음에 AI에게 뭔가 요청할 때, 이 한 문장을 앞에 붙여보자.

"너는 [직책/경험]을 가진 사람이야.
지금 [상황]에서 [독자]에게 [목적]으로 이 내용을 전달해야 해."

딱 이것만 해도 결과물이 다르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을 거다.


다음 화 예고

AI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어가려는 경향이 있어, 비판 없이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화에서는 이를 역 이용해 날카로운 피드백을 끌어내는 방법을 얘기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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