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된 대화 한 번이 몇 시간짜리 작업이다
오늘 AI랑 대화 잘 됐다 싶었는데, 내일 열어보니 없다.
아니, 있긴 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른다.
수십 개의 대화 목록 중에 섞여 있고, 찾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또 30분을 쓴다.
AI를 쓰는 사람 중에 대화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답이 나오면 복사해서 쓰고, 창을 닫는다.
다음에 비슷한 게 필요하면 다시 처음부터 물어본다.
그게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진다.
근데 잠깐 생각해보면, 그 대화 안에는 꽤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내가 어떤 맥락을 줬는지
AI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했는지
어떤 지시에서 결과가 좋아졌는지
어떤 표현이 원하는 답을 끌어냈는지
이걸 버리는 건, 나만의 작업 공식을 매번 새로 만드는 것과 같다.
AI 대화가 잘 풀리는 날이 있다.
처음 지시 한 번에 방향이 딱 맞고, 중간에 한 번 조정했더니 결과가 훅 올라오고, 마무리도 깔끔하게 나온다.
그런 대화는 뭔가 다르다.
그 차이를 분석해보면, 잘 된 대화에는 일정한 구조가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역할 지정 → 맥락 설명 → 구체적인 요청 → 출력 형식 지정
또는 첫 지시가 간결한 대신 예시를 잘 달아줬다
또는 AI의 첫 답을 보고 '이 방향으로 더 구체화해줘'라고 한 번만 쳐줬더니 끝났다
이게 나만의 패턴이다.
그리고 이 패턴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기획자가 성장하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좋은 기획서를 많이 보는 것도 있지만 자기 기획서를 돌아보는 게 훨씬 빠르다.
내가 잘 썼을 때 왜 잘 됐는지, 안 됐을 때 뭐가 빠졌는지.
그걸 누적해야 감이 생긴다.
AI 대화도 똑같다.
잘 된 대화를 저장하지 않으면, 그 대화에서 뭐가 좋았는지 돌아볼 기회가 없다.
그러면 내가 AI를 쓰는 방식은 6개월이 지나도 비슷한 수준에 머문다.
기록하는 사람은 쌓인다.
쌓이면 속도가 달라진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실제로 내가 쓰는 방식만 얘기할게.
노션이든 옵시디언이든 폴더 하나면 된다.
이름은 그냥 '프롬프트 보관함' 정도.
거기에 저장하는 건 대화 전체가 아니라, 핵심만이다.
작업 유형 : 경쟁사 분석 보고서 초안 작성
잘 됐던 지시문 :
"너는 B2B SaaS 시장 분석 전문가야.
아래 경쟁사 세 곳의 특징을 비교 분석하고, 우리 서비스가 어필할 수 있는 차별점 두 가지를 뽑아줘.
출력은 표 형식으로."
포인트 : 역할 지정 + 출력 형식 지정이 핵심이었음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중에 비슷한 작업이 생기면 이걸 꺼내서 맥락만 바꿔 쓴다.
이건 처음엔 귀찮게 느껴지는데, 나중에 생각보다 도움이 된다.
AI가 계속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아무리 수정해도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왔던 대화.
그걸 버리지 말고, 실패 이유를 한 줄만 적어서 저장해둔다.
실패 패턴 : 맥락 없이 바로 결과물 요청 → AI가 일반적인 답변만 함
교훈 : 내 상황 설명을 먼저 넣어야 커스텀 결과 나옴
이게 쌓이면 내가 자주 실수하는 패턴이 보인다.
그리고 그 패턴을 알면 다음엔 안 밟는다.
일을 하다 보면 반복되는 작업 유형이 있다.
기획 문서 초안, 회의록 요약, 이메일 초안, 데이터 해석, 아이디에이션. 이런 작업들은 매번 처음부터 지시문을 만들 필요가 없다.
잘 됐던 대화를 기반으로 각 작업 유형마다 베이스 프롬프트 하나씩 만들어두면, 다음부터는 '이 틀에 내용만 채우면 된다'는 상태가 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회의록 요약 베이스 프롬프트
"너는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야. 아래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정리해줘 :
논의된 핵심 이슈 (3개 이내)
결정된 사항
다음 액션 아이템 (담당자 포함)
출력은 불릿 형식으로, 간결하게."
이걸 한 번 만들어두면, 매주 회의마다 내용만 붙여넣으면 된다.
30초다.
사실 저장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저장만 하고 안 쓰면 의미가 없다.
그러니까 저장 시스템이 '열기 귀찮은 구조'가 되면 안 된다.
내가 쓰는 방식은 이렇다.
자주 쓰는 베이스 프롬프트 5~6개는 노션 페이지 하나에 모아두고 즐겨찾기로 고정해뒀다.
작업 시작할 때 그 페이지 먼저 열고, 맞는 걸 복사해서 바로 쓴다.
검색하거나 폴더 뒤질 필요 없이 바로 쓸 수 있어야 진짜 쓰인다.
화려한 분류 체계 필요 없다.
열었을 때 바로 보이는 것, 그게 제일 좋은 구조다.
저장하는 습관이 3개월 정도 쌓이면, 뭔가 달라진 걸 느끼는 순간이 온다.
새로운 작업이 생겼을 때, 처음부터 지시문을 짜는 게 아니라 '비슷한 거 있었는데' 하고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게 있다.
그 시점부터는 AI 작업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
맥락 설명을 다시 쓰는 시간,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더 중요한 건, 내가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메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거다.
잘 되는 작업 유형이 뭔지, 내가 자주 막히는 지점이 어딘지, 어떤 지시 방식이 나한테 잘 맞는지.
이게 보이면 의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그냥 쓰는 사람과 기록하며 쓰는 사람은, 반년 뒤 실력이 다르다.
오늘 AI랑 대화하고 나서, 결과가 좋았다고 느낀 게 있으면 딱 두 가지만 적어라.
어떤 작업이었는지 (한 줄)
어떤 지시가 잘 됐는지 (그대로 복사)
노션이든 메모앱이든 아무 데나 좋다.
저장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버리지 않는 것, 그게 시작이다.
다음 화에서는 AI에게 정확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틀렸어"라고 말하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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