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잘 활용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저도 있어요.
처음 ChatGPT가 나왔을 때, 솔직히 좀 들떴습니다.
기획서 초안, 시장조사 요약, 경쟁사 분석… "이제 반나절 걸리던 게 10분이면 되겠다" 싶었거든요.
근데 막상 써보니까, 뭔가 계속 어긋났어요.
AI가 내놓은 답이 틀린 게 아니었어요. 그게 더 문제였습니다.
그럴듯했거든요.
읽으면 말이 되고, 구조도 그럴싸하고, 심지어 출처처럼 보이는 것도 달려 있고. 그런데 팀장님 앞에서 그 내용으로 발표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래서 이게 우리 상황에서 왜 맞아요?"라는 질문에 막히게 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AI가 틀린 게 아니라, 내가 질문을 잘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주변 직장인들 보면 AI 쓰는 방식이 거의 비슷해요.
뭔가 막히면 → 질문 던지고 → 나온 답 복붙하고 → 조금 다듬고 → 제출.
이게 나쁜 건 아닌데요. 문제는 이 방식이 기획 업무엔 거의 안 통한다는 겁니다.
기획은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맥락이 있고, 이해관계자가 있고, 우리 회사만의 제약이 있고, 타이밍이 있어요.
AI한테 "이 서비스의 마케팅 전략 짜줘"라고 물으면, AI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케팅 프레임워크를 섞어서 그럴듯한 답을 줍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 회사의 전략이 아니에요. 인터넷 어딘가에 있는 '보편적인 정답'이에요.
검색창은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는 도구예요.
하지만 기획자한테 AI는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생각을 구조화하고, 빈 곳을 채우고, 판단의 질을 높이는 파트너가 되어야 해요.
그 차이를 만드는 게 바로 '기획자의 사고방식'입니다.
제가 이 연재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저는 기획팀에서 일하면서 AI를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결과물의 질이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같은 Claude나 ChatGPT를 쓰는데, 왜 내가 뽑아내는 결과물은 다를까?
고민하다 보니 하나의 패턴이 보이더라고요.
저는 AI한테 답을 물어보기 전에, 항상 문제를 먼저 정의했어요.
기획자라면 익숙한 사고방식이에요.
문제를 정의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고, 해결책이 없으면 기획서가 없어요.
그런데 대부분 AI를 쓸 때는 이 습관을 버리고 바로 "답 줘"로 달려가거든요.
예를 들어볼게요.
흔한 질문 방식 :
"신규 사용자 유입 전략 알려줘"
기획자의 질문 방식 :
"우리 서비스는 B2B SaaS고, 현재 유입은 영업 중심이야. 문제는 영업 사이클이 길어서 단기 성과가 안 나온다는 거야. 마케팅 채널 다각화를 검토 중인데, 예산은 한정되어 있어. 이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같은 AI, 같은 모델인데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두 번째 질문으로 받은 답은 실제로 회의에 가져갈 수 있는 수준이에요.
핵심은 세 가지예요.
맥락 (Context) :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
제약 (Constraint) : 뭐가 안 되는지, 뭐가 한정되어 있는지
목적 (Goal) : 이걸로 뭘 하려는 건지
이 세 가지를 질문 안에 녹여야, AI가 '보편적인 답' 대신 '우리에게 맞는 답'을 줄 수 있어요.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많은 분들이 AI를 쓰면서 "혹시 이게 틀린 건 아닐까?" 불안해하는데, 사실 AI는 생각보다 솔직해요.
단, 당신이 솔직하게 물어봤을 때 한해서.
"이 기획안 어때?"라고 물으면 AI는 칭찬하면서 조금 다듬어줘요.
"이 기획안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줘. 반박 가능한 지점 위주로"라고 물으면, 완전히 다른 답이 나와요.
저는 중요한 기획서를 제출하기 전에 항상 AI한테 "이 기획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어디야? 임원이 물어볼 법한 날카로운 질문 다섯 개 만들어줘"라고 해요. 이게 사전 검토보다 훨씬 유용하더라고요.
기획자는 원래 자기 기획의 약점을 스스로 찾아야 해요.
그걸 AI가 도와주는 거예요. 이게 단순 자동화랑 다른 점입니다.
AI를 쓰는 게 아니라, AI를 활용해서 내 생각을 더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거든요.
이 연재의 제목이 "AI 시대에 기획자처럼 생각하는 법"인데요.
이걸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서 한 번 짚고 넘어갈게요.
기획자처럼 생각한다는 건, 기획자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에요.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를 잡고, 맥락을 빠트리지 않고, 결과물의 허점을 미리 찾고, 다음 질문을 이미 생각해두는 것. 이건 직군과 관계없이,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사고방식'이에요.
개발자든, 마케터든, 인사 담당자든, 이 사고방식으로 AI를 쓰면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제가 직접 경험했고, 주변에서도 봤고, 이제 이걸 풀어보려고 연재를 시작했어요.
매 화마다 실제 업무 상황에서 쓰는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할 거예요.
이론 말고요. 오늘 퇴근하고 내일 아침 바로 써볼 수 있는 것들로.
지금 하고 있는 업무 중 AI한테 물어봤는데 "뭔가 아쉬웠던" 것 하나를 꺼내보세요.
그리고 그 질문에 맥락(우리 상황), 제약(안 되는 것), 목적(이걸로 뭘 하려는지) 세 가지를 추가해서 다시 물어보세요.
답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직접 확인해보는 게 이 연재의 첫 숙제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기획자들이 가장 많이 막히는 순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 즉, 문제 정의를 AI와 함께 어떻게 하는지 이야기할게요.
#기획자 #AI시대기획자 #사고방식 #어팀공 #문제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