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린다
5일 전 이사를 했다. 주말 내내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 짐들을 정리했다. 아직도 할 것이 많지만 그래도 이제 어느정도 물건들이 자리를 잡아 간다. 가장 큰 변화는 소율의 방이 생긴 것이다. 비로소 우리 부부는 다시 우리만의 잠자리를 갖게 되었다. 같은 방에 아기가 없으니 남편은 확실히 훨씬 편해졌을 것이다. 나는 글쎄, 반반이다. 자기 전에 영화도 볼 수 있고 좀더 자유롭게 대화도 하고 좋긴 하지만, 새벽에 아기가 깨면 방 밖으로 나가 아기를 달래는 것은 여전히 내 몫이라서. 아무래도 더 먼 거리를 들락날락하다 보니 아기를 재운 후에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평일에는 그러려니 하는데 주말 새벽에도 계속 내가 아기를 케어할 땐 남편이 야속하긴 하다. 그래도 둘다 깨는 것 보다는 한명이라도 푹 자고 다음날 다른 걸 더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육아는 모든 걸 함께하기보다는 역할분담이 필요한 일이다.
소율은 처음엔 조금 어색해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 자기의 공간을 매우 좋아한다. 새벽에도 점점 덜 깨는 것 같다. 원래는 자기가 눈을 떴을 때 엄마아빠가 바로 옆 침대에 있으니 자꾸 기어올라왔었는데, 이젠 자기도 엄마아빠를 찾으러 가기가 너무 멀어서 귀찮은 게 아닐까? 이사한 첫날에는 새로운 방이 어색한지 재우기가 힘들었는데, 둘째날이 되자 예전에 했던 것처럼 자기 방 침대에 들어가면 졸려하면서 스르르 눈을 감았다 떴다 한다. 소율이 가장 착해 보이는 순간.. 그리고 어제, 소율과 걸음마 놀이를 하던 중, 소율이 혼자 서있다가 한 걸음, 걸었다...!!! 남편과 같이 보았는데 그 모습 정말이지 감동스러웠다. 단 한 걸음이지만 제 딴에는 얼마나 용기내어 내딛은 것일지. 오늘 다시 생각해 보는데 눈물이 마구 났다. 대견한 울 애기..
2주도 채 남지 않은 돌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생각보다 진짜 할 게 많은데 '결혼식 한 번 더 하는 것 같다'는게 딱 정확한 표현이다. 주변에서는 돌 지나면 확실히 육아가 좀 수월해진다고들 이야기하던데, 정말 그런 게 나에게도 찾아오려는지. 열흘밖에 안 남았으니 이제 좀 덜 먹고 피부관리도 해야 할 것 같은데... 홀로 육아하는 엄마에겐 너무 큰 사치이다. 돌잔치가 끝나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복직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나날들이다. 크고 작은 과업들을 계속 수행하면서 긴 터널 속을 걸어가고 있다. 오늘 얼마나 힘든 일이 있었건 얼마나 막막하건 간에 계속되는 삶. 그러니 이왕이면 웃으며 살아내는 수 밖에. 언제 올지 모르는 달콤한 휴식을 상상하면서. 그저 지금보다 낫길 바라는 마음 하나만으로 실체가 불분명한 무언가를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