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들로 그때 내가 버티었다"

by 레아

“나보다 훨씬 용감한 너를 보고 나도 한 걸음을 겨우 떼어 여기 이 편지와 원고 받아주면 좋겠다.

그녀에게 주고 싶던 꽃과 함께.

새삼스레 말이 맴돈다.

너의 말들로 그때 내가 버티었다.”

뮤지컬 『펜레터』에서 주인공 해진이 세훈에게 불러주는 노래 중 일부이다. 겨울이 되면 이 해진의 편지가 떠오른다.사랑하던 이의 편지를 읽고 마음이 통하여 글을 쓰던 주인공이 편지를 보낸 이의 정체를 알았음에도,그 마음을 소중하게 어루만지는 대목이다.뮤즈이기도 하지만 또 자신을 막다른 길로 몰아버린 존재이기도 하다.그 끝에 어떤 환희나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그저 기다릴 뿐이다. 뮤지컬에서는 집필의 광기를 불러일으킨 존재이나,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도 이런 열기를 불어넣는 존재가 있을 것이다.그때 내가 버티었다고 회고할 수 있는 대상.그는 누구일까.

사계절 중 겨울을 가장 많이 타는 까닭인지,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나를 버티게 하는 대상은 어떤 사람일까 떠올려보곤 한다.그런 존재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면 스스로 기대하는 내 안의 자아를 그려본다.과거였거나 미래의 나.지금의 나가 공허해서 어딘가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게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그럴 때 예전에는 주로 책에서만 찾으려고 했지만, 이젠 몸에서도 찾으려고 한다.다소 추상적인 늬앙스일 수 있지만,움직이면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산책만 해도 답답했던 마음이 뚫리는 것 같은 기분,그런 경우에서 출발할 수 있겠다. 가만히 있으면 가슴 어딘가가 막히고 고인 느낌이 들 때,약간만 두 팔을 쭈욱 뻗거나 두 걸음만 씩씩한 척하고 내디뎌도 생각이 고이지 않는다.또 반대로 너무 번잡할 때 아주 가만히 가만히 어딘가 구석에 처박혀 눈을 감고 쪼그려 앉아 있으면 내 안에서 정리가 되는 물음이나 기억이 있다.그렇게 너무 가라앉지도 바삐 번잡하지도 않는 중간 상태를 태도에서 찾는 것이다.그런 다음 그때 드는 생각을 글로 적고 정리를 하다보면 ‘지금’의 순간에 매듭을 짓게 된다.비슷한 생각만 반복하거나,평소 하는 말만 되풀이하면 나의 존재가 한없이 작아진다.같은 궤도만 도는 것도 그렇다.이탈하고 싶고 비상도 하고 싶다.그때 지금을‘버틸’수 있는 대상을 찾으면 좋고, 그게 안 될 땐 스스로 만든다.팬레터는 열망하는 대상에게 향할 수도 있지만, 또 반대로 깊은 우물에 잠긴 자신을 끌어올려 다른 대상으로 변해가는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깐.


https://youtu.be/e-LeipofHsA?si=bqFbqd4XuweQzWh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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