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진심 진심 좋았다.
김광진 콘서트를 다녀온 지 일주일 넘게 지나가고 있다.
좋은 공연을 보고 나면 그 감흥이 뒤로 밀리는 게
몹시 아쉽다.
그날은 영등포가 마치 아시아 어디 타도시처럼 느껴졌다.
지극히 여행자 기분이었다.
이후 출근길도 그날의 이국적 분위기 현장을 떠올리는 것 자체로 '생활의 힘'이 된다.
최근에 대학로 굿씨어터나 이대 ECC홀 공연장에서도 더클래식 김광진 가수 공연을 보았다. 그때도 물론
감동했지만 그때의 감동과 이번 감동은 색이 좀 다르다.
최근 공연 그 세 번이 다 좋았는데,
전자는 그 시절 소환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관객층이 형성되었고 그렇게 세대가 섞인 점이 좋았다.
대학로 레몬마트 건물에서 했을 때는 여유 있는 동창회 같다고나 할까? 연배가 좀 있고 문화적 충전이 가능하며 90년대를 회상하는 데 기꺼이 돈을 쓰는 동창회 모임 같았다. 스태프나 팬클럽 등이 돋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부상조하며 공연을 만든 것 같았다. 서로 누구라고 안부 인사를 건네며 로비에서 인사를 하며 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응답하라 시리즈 1994나 1997 번외편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20~30대 관객이 유입되었고 그들이 노래를 띠라 불렀다. 재관람 관객에게 주려고 만든 굿즈를
1천 개 중 30개밖에 첫날에 못 썼다고도 했다.
관객 연령대별로 손을 들어보게 했는데
20~30대가 많았다.
내 양 옆자리에도 이십대 커플로 추정되는 관객이 앉았는데 여우야를 함께 부르는 걸 보고, 와! 더틀래식이 클래식이구나. 역시 가수는 이름 따라 사는구나 싶었다. 신이 났다.
공연은 90년대 라디오나 티브이 매체를 끼고 살던 친한 친구와 함께 갔는데, 친구는 김광진님 얼굴을 처음 봤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노래들이 다 이 분 노래냐며? 깜짝 놀라 말했다. 화려한 무대 의상에도 놀람을 금치 못했다. 팬을 영업했다.
바야흐로 '지금, 여기' 공연이었다.
그때의 사람도 마법의 성이 처음 전파를 탔을 때
이후에 태어난 사람도
지금 그 자리에서 즐거워하는 공연였다.
같은 세대로 비슷한 문화를 향유한 것 같아도
취향이 좀 다르면, 다른 시대 태어났지만 같은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보다 동질감이 덜할 수 있다.
발라드를 잘 안 듣던 친구가,
다른 장르 청취에 도전한 그날. 우리는 다른 세대
비슷한 장르에 빠진 이들과 한자리 존재했다.
그게 라이브의 매력이다. 취향 공동체의 에너지.
마치 달리기를 함께 하다 비슷한 호흡으로 달리며
기분이 좋아지듯이 그 자리에서 같은 공기를 향유하며
그날의 추억을 공유한다.
새로운 시간의 기억.
요사이 김광진님은 노래 실력이 늘고 있고
새 곡도 쓰고 있다고 하셨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젊게 다가오는 까닭인지,
직장으로 이젠 정년퇴임을 한 직장 간부들 연세라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인터넷 댓글에서 저런 상사가 노래방에서 노래
불러주면 회식 가겠다는 짧은 글을 보곤
혼자 웃었다.
직장의 회식은 아무래도 늘 가기 싫은 자리다.
그런데 김광진님 같은 간부가 마이크를 잡는다면
나도 달리 생각할 것 같았지만...
또 직장이라면 저런 노래 실력을 암암리에
소수가 알 뿐 숨은 고수로
몇몇에게만 노출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좋아하는 걸 하면 저토록 잘 안 늙고 젊고
전성기의 생기를 재현하고 또 제2의 전성기를
누리기도 하는데,
싫어하는 걸 하면 정말 빨리 늙는 것 같다.
요사이 좀 안 맞는 일을 했더니 부쩍 늙어버린 나를
보며, 대리만족으로 노래로 이어진 진심에
내내 감동했다.
특히 <진심> 노래에선
"그래도 잊진 말아요.
그대의 숨겨진 재능이.
숨겨진 보석과 같은 거죠.
언젠간 환하게 빛날 테죠.
꿈만큼 이룰 거예요.
너무 늦었단 말은 없어요.
그대를 지켜주는 건 그대 안에 있어요.
강해져야만 해요.
그것만이 언제나 내 바램이죠."
이 가사를 듣다가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노래 자체의 긍정적 조언에 이끌린 것 같다.
참으로 일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를 사랑하기도 하고 증오하기도 하고
그러다 나이가 들어가고
이제는 누구도 크게 좋지 않고 누구도 크게 싫지 않은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용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기고
스스로 무뎌지려 무던히 노력한 결과인 것도 같다.
또 어떤 폭풍을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노래의
"영원히 난 기다려요"라는 가사가 왜 그리
덜컥 위로로 다가오는지,
참 기분이 묘했다.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어떤 것에라도 진심을 다하면
더 마음이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사람이든 사랑하는 매체이든.
가끔 우물이 비어버리듯 절망적인 때라도
이 노래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딱 한 곡씩 더 강하게 여운이 남는 곡들이 저마다 있다
한번은 김광진님이 유년기를 보낸 동네 이야기를 다룬
<배다리>를 듣고 배다리 책골목에 다녀왔다.
또 한번은 박용준님이 부른 <내 슬픔만큼 그대가 행복하길>을 오랜만에 라이브로 듣고
내내 그 노래를 출근길 들었다.
박용준님 음색 분위기를 가령 공일오비 작곡가 정석원,
토이 작곡가 유희열 그 두 분처럼 희소하게 들을 수
있기에 더더욱 소중하다. 레어 보이스 ㅎㅎ
이번엔 진심, 마법의 성이었다.
사실 마법의 성은 ...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