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다면

비디오로 라디오 스타가 가고, 스트리밍으로 뮤비 채널이 가고 ...

by 레아

2026년 이제 어떤 음악 플랫폼이 또 오게 될까?

1999년 세기말, 뮤직비디오에서 '아담'을 보았다. 사이보그 가수.

"바람되어 너의 머리곁을 난 스쳐도 넌 모르지.

너는 그냥 스쳐지나는 바람인줄로만 알지. 그게 나였는데..."

마치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 내가 죽어서 나비가 되어 너의 옷깃에 내 향기를 남기겠다는,

고전시가 <사미인곡>의 시구마냥 바람이 되어 네 곁을 떠돌겠다던 인연.

앞머리 휘날리며 정갈한 외모로 새로운 시대를 알렸던 아담,

그 노래를 본 건 뮤직비디오였다.

지금 떠올려보면 그게 Mnet였는지 KMTV였는데 정확한 채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애절한 발라드를 당대 기준의 미남형 애니메이션 가수가 뮤직비디오 안에서 부르는 설정은,

꽤 신선했다. 사람과 사이보그가 섞인 뮤직비디오.

지금 다시 보면 아담 얼굴은 송승헌을 닮은 듯도 하다.

실제 목소리의 주인공이 슈가맨2에 출연해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90년대 말 가요 좀 챙겨들었다는 하는 이들이라면 아련해질 만한 에피소드였다.

아담은 뮤직비디오가 인기였던 시절,

인공지능 ai 영상이 보편화되기 이전 청취자의 감성을 툭 건드렸던 최초의 가상 캐릭터였다.

라디오스타와 비디오스타 그 중간 경계는 아니었을까?


2025년 12월 31일 MTV 가 뮤직 비디오 채널 운영을 끝내고

VEDIO KILLED THE RADIO STAR 를 마지막 곡으로 흘려보내며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 때,

마음 한켠이 헛헛해지면 90년대 말이 떠올랐다.

뮤직비디오를 챙겨보던 시절도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사이였다.

지금은 월간윤종신 뮤직비디오 외에는 챙겨보는 게 없었다.

추억 속 엠티브이가 종료되자, 문득 지금에라도 좋아하는 가수나 곡의 뮤직비디오는

꼭 시청하자는 생각을 했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사이에는 맥줏집을 가도 뮤직비디오가 틀어져 있었고,

길을 지나다 노래방 앞에도 뮤직비디오가 켜져 있었다.

중화권 음악을 좋아하던 나는 채널브이를 수시로 시청각실 같은 데 가서 보고 있었고,

구의역에 서서 서태지 뮤직비디오를 보고,

대학로에 서서 애즈원의 뮤직비디오를 보았다.

우연히 스치듯 만나는 뮤비가 참 많았다.

물론 지금도 불현듯 귀를 스쳐가는 노래가 많지만, 노래가 마케팅 안으로 흘러들어간 느낌이 강하다면

그때는 가수가 공기 중에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일상에서 지나쳐 가는 길목에 음악 방송과 뮤직 비디오가 있었다.

마치 첨밀밀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다.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때 음악채널 송출의 끝을 보면서,

모든 건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 아끼는 동안은 더 아껴서

사라질 때 아쉬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 깃든 사람 냄새는, 뮤직비디오 그 자체가 꼭 아니어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어딘가에선 뮤직비디오가 계속 기획되고 쏟아지고 있다.


내가 살피지 않았다고 해서 또 사라진 것도 아니다.

대중매체 거대산업에서 밀린다고 그게 없어지는 게 아니다.

라디오스타도 죽지 않았고, 비디오스타도 죽지 않았다.

그저 변해갈 뿐이다.


오늘 밤엔 좋아하는 가수의 뮤직 비디오를 보며

그 시절 설레던 마음을 불러와야겠다.


월간윤종신 Repair 1월호 <우리 이제 연인인가요 with 죠지>


https://youtu.be/rquiUzlt6NM?si=rdQuNSJp_MesaW6H


https://youtu.be/ETvzDFlIs8I?si=Cj223GgSKyzUC4ka

https://www.youtube.com/watch?v=9hqJ9Fe-FeQ

https://youtu.be/Mk4RcxY2AZk?si=BxCT2W4_9u3ZwA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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