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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h J Apr 15. 2024

북클럽 - The next chapter

<내 인생을  영화로 제작한다면>

내 인생을  영화로 제작한다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노트북 같은 절절한 감동 로맨스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스펙태클하고 파란만장한 액션물이 있지도, 뭔가 배꼽 빠지게 웃긴 코미디물도 없다. 라라랜드처럼 젊은 날을 불태울 정도로 열망하는 것이 있는 멋진 인생이면 좋을 텐데 내 인생은 그저 물 흐르듯 잔잔한 드라마인 것 같다.

이런 드라마를 영화로 만들면 재미가 있으려나..


그런데 또 따지고 보면 누구든 인생 전체를 보면 밋밋해 보여도 짧지만 분명 강렬한 로맨스의 순간도, 액션도, 판타지도, 코미디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그리기도 하지만, 아주 작은 시간의 일부를 떼어내서 만들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그중에서 여자들의 성장 이야기(가끔 아줌마들의 B급 코미디도 섞인)를 만들고 싶다.



영화 제목은 < 북클럽 - The next chapter >


줄거리는 이러하다.

주인공 정희는 한국에서 아들 셋을 낳은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엄마가 되면서 다니던 무역회사 일을 그만두고 주부와 엄마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다. 일을 그만둔 후로는 오직 가족을 위해 살고 있던 그녀가 정작 본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리 많지 않다.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아이들이 낮잠 자는 틈을 타 책 읽는 것이 유일한 힐링의 시간이다. 그러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오게 된 그녀의 족들. 그녀는 이들과 아름다운 캐나다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늘 반복된 일상에 마음 한구석에 부족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캐나다에서 조용히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녀.. 캘거리로 이사를 온 후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캘거리에 사는 한국 여성들이 가입되어 있는 북클럽을 소개받게 된다. 40대 말에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만난 북클럽 주부 회원들.. 그녀다양한 직업과 취미활동을 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여성 멤버들을 만나며 커다란 자극을 얻게 된다. 줌으로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새벽에 함께 모닝워크를 하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멋진 카페에서 아이들 없이 자유롭게 브런치도 먹어보고, 또 새로운 것들을 배워보고 도전하게 된다. 가족만을 위한 삶이 아닌 진정한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며, 새로운 만남과 설레는 일상들이 가득한 북클럽 모임에 푹 빠져들게 되는데...



<북클럽 - the next chapter>라는 제목은 실제 영화 제목에서 가져왔다.

정확히는 영화 <북클럽> 2편의 제목이다. 영화는 50년 지기 우정을 이어가는 4명의 70대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매달  한 권씩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고 응원해 주며 한결같은 우정과 교양을 쌓아온 북클럽 4인방의 이야기다. 노년의 나이에 찾아온 두 번째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배우인 다이언 키튼, 제인 폰다 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지긋한 나이가 되어서도 소녀감성을 잃지 않고 께 책을 읽고 공유하는 모습은 흥미롭다. 특히, 2편에서는 멀리 이사간 다이앤을 위해 줌으로 만나 책모임을 이어나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 첫 장면은 내가 속한 북클럽의 모습과 너무 비슷해 보여 보자마자 공감이 되었다. 우리끼리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책 나눔 하자는 농담반 진담반인 이야기를 가끔 하곤 하는데, 미래의 우리 모습인듯해서 혼자 영화를 보면서 키득거렸다. 물론, 그들은 호텔 CEO, 연방법원 판사, 레스토랑 오너등 중년의 나이임에도 럭셔리한 패션과 화려한 일상으로 우리와는 동떨어진 삶이긴 하지만..

2편에서 그들이 오랜만에 오프라인 모임으로 만나 반가워하며 서로를 포옹할 때 그들의 손에 쥐어진 책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The Alchemist (연금술사)였다. 그래서인지 영화 곳곳에 연금술사의 지혜에 관한 대사들이 등장하곤 한다. 사실 영화가 그다지 재미있는 건 아니었지만, 와인잔을 기울이며 함께 책을 읽으며 50년의 우정을 지켜나가는 모습들은 참 인상 깊었다.

나이 들었을 때 그런 친구 한두 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 아닐까?

그런 모습이 내 인생의 한 챕터가 되길 희망하며 이 영화를 떠올려보았다.


2편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다.

다이앤이 신혼여행을 가다 말고 친구들에게 달려와 묻는다.


 "우리 다음엔 뭘 하지?"

 "나도 몰라.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냥 운명에 맡기진 않을 거라는 거..."


마지막 대사가 뇌리를 때렸다.

70대의 그녀들이 말한다. 더 이상 운명에 맡기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내면의 소리를 듣겠다고..

그녀들에 비하면 나는 고작 50대밖에 안되었잖아.

현실에 안주하며 사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북클럽으로 만난 인연들과 나이 들어 와인잔 기울이며 이야기 나눌 미래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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