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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리 Feb 12. 2022

싱가포르에서 세뱃돈 받기

조금은 늦은 세뱃돈 이야기 

회사에서 받은 금일봉과 랜덤 숫자가 2개 찍힌 복권

한국에는 세뱃돈이 있듯 싱가포르에도 중국의 문화를 받아 빨간 봉투에 돈을 넣어주는 문화가 있다. 이 빨간 봉투를 '홍빠오, hongbao'라고 부르는데  빨간색은 에너지, 행운, 행복을 상징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세뱃돈, 축의금, 금일봉 등을 주고받을 때 홍빠오를 사용한다.


돈봉투를 전달하는 이들이 항상 빨간 봉투를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구정 인사를 하며 용돈을 줄 때는 대부분 어김없이 이 봉투를 사용한다. 

그래서 그런지 구정이 가까워오면 물건을 살 때마다 브랜딩이 크게 된 빨간 봉투 한 묶음씩을 사은품 형태로 준다. 사실 나는 싱가포르에서 용돈을 줄 일이 전혀 없는데, 이 시기가 지나면 이곳저곳에서 물건을 사고받은 빨간 봉투들이 집에 몇 개씩 굴러 다닌다. (안타깝게도 빈 봉투들이다.) 

운동화 사고받은 나이키 홍빠오. 금박으로 나이키 로고가 붓글씨처럼 그려져 있다. 

세뱃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이미 마지막 세뱃돈을 받은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가풍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한국에는 일을 시작하거나 대학을 졸업하면서 '받는 사람'에서 '주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면서 나 역시 어느 순간 주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구정을 서너 번 지내다 보니 한국의 그것과 조금 다른 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1.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중국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세뱃돈을 주고받는 사람은 꽤 단순하다. 
그 구분은 바로 <결혼>의 유무이다. 물론 가풍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기혼자들이 아이들, 부모님, 결혼을 하지 않은 어른(!)에게 세뱃돈을 준다. 결혼을 하면서 돈 쓸 곳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미혼 = 홍빠오 받는 사람
기혼  = 홍빠오 주는 사람


물론 나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 무조건 줄 필요는 없지만 환갑이 되어도 미혼 상태라면 홍빠오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완전한 어른이 아니라는 말일까? 


2. 받는 사람이 지켜야 할 점!  

한국의 경우, 대부분 봉투에서 빳빳한 새 지폐를 꺼내서 주시는 그 순간, 지폐의 색깔을 자동으로 보게 된다. 이곳에서는 홍빠오 안에 돈을 넣어 주시기 때문에 금액이 얼마인지 바로 알 수가 없다. 홍빠오를 받고 나서 바로 열어보는 것은 큰 실례! 나중에 따로 봉투를 열어보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또한 두 손으로 받으면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Gong Xi FA Cai 공 씨 파 차이)"라고 말을 해주는 것은 기본이다. 


3. 액수는 항상 짝수로. 숫자 4는 제외하고.. 

홍빠오와 관련된 또 다른 규칙 중 하나는 바로 '액수는 짝수로 맞춘다'!이다. 짝이 맞는 숫자에 길한 기운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국 옛 말 중에 '좋은 것은 항상 같이 (짝을 맞춰) 온다'라는 말이 있어서 그렇단다. 
하지만 짝수라고 다 괜찮은 것은 아니다. 불길한 숫자라고 여기는 4가 들어가는 액수는 주지 않는다. ($4, $14, $44). 반면 중국계 문화에서 8은 최고의 숫자이다. 중국식으로 8을 발음하면 그 소리가 마치 '돈을 많이 번다'의 뜻을 지닌 단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8, $18, $88 이런 식으로 돈을 넣는다고 한다. 
이번에 회사에서 받은 금일봉에도 $88불과 싱가포르 복권인 TOTO가 들어있었다. 

4.  마지막으로 복권 이야기 

한국도 그렇지만, 싱가포르에서도 신정이나 구정 (특히 구정) 즈음이 되면 긴 줄의 행렬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복권을 살 수 있는 SingaporePool 앞이다. 싱가포르 역시 사람들이 복권을 정말 좋아하는데.. 구정 전후로 "줄이 저렇게 기다니! 뭐 파는 곳이지?"라고 들여다보면 복권을 파는 곳일 것이다. 

어젯밤 9시 30분에 (2022년 2월 11일) 발표한 토토의 당첨금의 누적액은 약 140억 정도(S$16M)로 2000년 이후로 최대 금액이었다고 한다. 

출처: The Straits Times


회사에서 받은 홍빠오 안에는 토토 번호도 두 개 들어있었다. 복권을 사고 나면 이상하게 찾아오는 가벼운 설렘이 있다. 안될 걸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만약에... 가 머릿속의 작은 한 구석을 차지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남자 친구에게 상상 한가득 담긴 이야기를 하고 나서 결과를 확인했다. 오! 숫자가 좀 맞는다.

SingaporePool


3개 맞춰서 7등에 당첨되었다! 상금을 찾아보니 10불! (8천 원 정도)이다. 맛있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 읽으면 되겠다. 




새해 복 많이 받기를 기원하는 모두의 마음, 세뱃돈을 많이 받고 싶은 아이들과 어쩌면 그 돈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어른들, 어떤 경우든 오래간만에 가족이 모여 행복한 이들, 복권을 사며 신년 운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 동시에 큰 액수에 당첨되고 싶은 마음, 또 한 해를 잘 보내고 싶은 바람은 여기나 거기나 저기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께,

비록 늦었지만 꼭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라는 말은 너무도 흔해서 

어쩌면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해도 건강하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시고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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