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아리 Jul 03. 2021

싱가포르에서 코로나 테스트받기

눈물이 찔끔

아이온 오차드 몰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4월부터 시작해 데드라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세미 락다운의 상황에서도 별 탈없이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었지만 너무 순탄해서 한편으로는 조금 불안했다.


6월 9일, 지하에 있는 빵집의 점원이 COVID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기사가 떴다. 빵집 이름과 사진을 보니 전날, 친구의 생일 케이크를 샀던 바로 그 빵집이었다. (Four leaves, 딸기 생크림 케이크 하나는 정말 맛있다!) 기사를 읽어보니 양성 판정을 받은 점원은 내가 갔던 날 일을 하지 않았고, 나도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이었지만 동시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2021-06-09 Straitstimes 기사

6월 11일 금요일, 약간은 찝찝한 기분으로 아이온 오차드에서 진행된 미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말 작업만 잘 끝나면 계획한 대로 일이 마무리될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그날 밤, 워츠앱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내용은 간단했다.


1. 정부 권고로 내일부터 4일간 쇼핑몰을 전면 폐쇄하고 방역작업 및 대청소를 할 예정

2. 따라서 모든 일은 중지해야 하며

3. 아이온에서 일하는 직원, 벤더 등 모두 스왑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금요일 밤 급히 전달받은 링크로 코로나 테스트 예약 등록을 했다.

토요일은 약간 긴장 상태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 연락이 오지 않았지만 전날 저녁 메시지로 받은 내용이 기사화되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2021-06-12 Straitstimes 기사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알람 없이 눈을 뜬 시간은 10시 반. 뭔가 촉이 싸해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봤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보낸 문자 한 통.

'오전 10시까지 아이온 오차드 8층 주차장에 와서 검사를 받으시오.'


잠도 덜 깬 채로 샤워를 하고 택시를 잡았다. 괜히 아이온 오차드를 목적지로 설정하면 택시가 잡히지 않을 것 같아 근처 지하철 역으로 목적지를 설정했다. 기사 언니는 날 보자마자, Swab test 받으러 가는 거죠?라고 물어보았고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맞다고 대답했다.


"지하철 역에서 뒷문까지 걸어가려면 멀어요, 내가 가까운 곳에 세워줄게요"라고 말하며 딱 봐도 줄이 긴 입구까지 태워주셨다.


이미 시간은 11시가 다 되었고, 입구를 지키고 있는 아저씨에게 10시 예약 문자를 보여주며 늦잠을 잤다고 말을 하니 바로 들여다보내줬다. 이미 줄이 엄청 길었다. 일요일에 텅 빈 쇼핑몰이라니. 명품 매장의 커다란 통유리 속 잘 차려입은 마네킹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줄지어 올라가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를 포함하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의 목적지는 8층 주차장이었다. 올라가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미묘한 긴장감 그리고 마스크 위로 코를 만지며 내려오는 사람들의 엷은 안도감이 교차되고 있었다.


8층에 도착한 이후에도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내 앞의 줄이 점점 짧이지고 내 차례가 점점 가까워온다.

긴장된다.

자기 차례가 되면 본인 확인 검사를 두 번 하는데 정말 꼼꼼하게 한다.

1. 카운터에서는 IC 카드를 확인한 후, 전화번호를 외워보라고 하여 한번 더 본인인지 확인하고,

2. 검사 부스에서는 내 이름 스펠링, IC번호, 생일을 한번 더 외워보라고 한다.


겁쟁이인 내가 무서워하자 잠깐 따끔할 뿐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오른쪽 콧구멍에 면봉을 쓱 넣었다. 오른쪽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왼쪽 콧구멍에 면봉을 쑥 넣으니 왼쪽 눈에 스르르 눈물이 또 맺혔다. 다 큰 여자애가 무서워하는 게 웃기는지 선생님은 웃으며 농담을 던진다.

"한번 더 해줄까요? Do you want to do again?"

" 노노노노, 난 이미 울고 있는걸요.. 감사합니다~ Nooo Im already crying, thank you~"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통이 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나는 이제야 아주 작은 코로나 관련 현장을 직접 겪었다. 정말 의료계 분들이 고생이 많다는 생각, 그리고 감사했다. 검사를 받은 날 저녁,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았고 내 프로젝트는 예정일보다 3일 후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이전에 한번 코로나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는 엄마는 겁쟁이 딸을 안심시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하얀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내가 이미 검사를 마친 후에..ㅎㅎ



+ 싱가포르는 한참 백신 접종에 한창이다.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 같다.

외국인이자 20~30대로 백신 접종 우선순위의 가장 끝에 있을 것 같은 나와 회사 동료들도들도 7월에 1차, 8월 초에 2차 접종을 마치는 일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싱가포르-3달만의 미용실 방문과 3가지 문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