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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 Aug 01. 2023

내 무기력은 다 회사 탓이다.

회사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는 당신께.

회사가 날 이런 상황에 놓이게 만들었다. 내 무기력함은 회사 탓이다. 내가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열정과 실력있는 동료들이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에 올해 1월 2일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내 무기력은 6월 말부터 시작됐으니 회사에 들어온 지 6개월 만에 무기력이 찾아온 셈이다. 블록체인 개발자로 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한창 배우고 성장해 나가야하는 시기인데도 벌써 무기력함에 빠졌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일을 못하거나 잠을 못 잘 만큼 심각한 스트레스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7월 한 달 내내 틈만 나면 무기력함에 시달렸다. 


- 내가 지금 이 일을 왜, 무엇 때문에 하고 있는 거지?

- 앞으로 2년, 5년 뒤에도 이 일을 하고 있을까?

- 블록체인 개발자가 내 적성에 진정 맞는 일인가?

- 이 회사에서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

-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지는 않을까?


위와 같은 온갖 의문과 부정적 감정에 휩싸였던 나날들이었다. 이런 의문이 문득 내 머리를 스치면, 일에 몰두하지 못하고 머릿속이 산만해져 시간을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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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의 무기력 속에서 주변 환경을 탓한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우리 회사가 구조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건 아닐까? 주변 동료들 중에 귀감이 될만한 사람이 없고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닌가? 우리 팀의 향후 계획이나 로드맵이 잘 전달이 안 된 건 아닐까?'


하지만 난 매사에 남 탓과 주변 환경 탓을 하는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 말이다. 


'회사가 날 이런 상황에 놓이게 만들었다. 내 무기력함은 회사 탓이다. 내가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열정과 실력있는 동료들이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안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지금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몰라서 그동안 더 깊은 고민과 무기력함에 빠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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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여자친구와 전화를 하던 오늘, 여자친구에게 내가 느끼고 있는 무기력함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드디어 무기력함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바로 '단기적/장기적 목표의 부재'였다. 현재 회사에서 올해 말까지 달성하고 싶은 목표나 성과- 단기적 목표-가 없었다. 그리고 2년 뒤, 5년 뒤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고 어느 수준의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목표-장기적 목표-가 없었다. 


돌이켜보니 이 문제는 4년 동안 AI 엔지니어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대학교 때 중간고사/기말고사를 칠 때보다 더 강력한 목표의식과 동기를 회사에서 느꼈던 적이 있었나? 또 실력을 쌓아서 이런 엔지니어가 되야겠다는 목표의식이 있었던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때도 비슷한 이유로 자주 무기력함과 매너리즘에 빠졌고,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다.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시험 볼 때보다 명확한 목표도 없고 동기부여도 없는데 일에 보람이나 성장이 있었을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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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나 무기력함에 빠져있던 건 조금 아쉽긴 하다. 그렇지만 지금에라도 무기력함의 원인을 찾아냈고 꽤 괜찮은 해결책을 찾아냈다는 점에 만족스럽다.


목표의 부재. 여자친구와 얘기를 나누면서 이 사실을 인지하고 나니 흙탕물처럼 혼탁했던 내 머리가 조금 맑아졌다. 내일 아침에는 조금 더 일찍 출근해서, 올해 12월이 됐을 때 어떤 성과를 냈으면 좋겠고 앞으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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