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D

11. 최근 조사..라고 하지만 글을 작성하면서 이미 1 년..2년이지나

by 아보카도나무

최근 자발적 안락사 에 대해 글을 쓰던 중, 한국 뉴스를 통해 관련 기사를 접했다. 마침 이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라 해당 기사는 더욱 관심 있게 다가왔다. 잊지 않으려 핸드폰 브라우저에 열어 두었고, 이 글을 작성하는 동안에도 62개 탭 중 하나로 꽤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해당 기사는 InterMD, 약 43,000명의 한국 의사들이 소속된 플랫폼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를 소개하고 있었다. 이는 의료계 내에서도 조력존엄사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담고 있어 나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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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적는 문항에 총 355명이 답했다. 그중 몇 가지 답변이 눈에 띄었고, 이와 관련해 나도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


1.“조력존엄사와 관련해 의료인이 소송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사전 절차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보다 안전하고 부담 없이 진보적인 의료 행위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캐나다에서는 모든 의사들이 각 주에서 면허획득 동시에 **Canadian Medical Protective Association (CMPA)**나 동등한 의료 보험에 가입한다.


CMPA의 미션과 비전은 다음과 같다:

미션: 캐나다 의사들의 전문적 무결성을 보호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증진한다.

비전: CMPA는 캐나다 의료 시스템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 보험은 의료인들이 법적 분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의사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회비를 납부하고, 필요 시 무제한으로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설령 사소한 의문이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CMPA에 전화해 문의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의료인들이 금전적인 부담 없이 법적 조언을 받을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의료 환경에서의 안정감을 제공한다.


이런 시스템이 한국에서도 도입된다면, 조력존엄사와 같은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의료인들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조력존엄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법적 리스크로 인해 의학적 진보가 억압받는 상황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한국이 캐나다보다 실험적 수술이나 새로운 의료 기술 도입에 있어 더 적극적인 편이라는 사실이다. 캐나다에서는 소송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보수적인 의료 행태가 만연한 반면, 한국에서는 오히려 법적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진보적인 의료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보면, 단순히 법적 보호 장치의 부재만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의료인들이 조력존엄사와 같은 이슈에 소극적인 이유가 "법이 무서워서"라기보다는, 다른 구조적 문제나 문화적 요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주제를 더 깊이 탐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돌봄 부담에 대한 사회적 지지 체계 없이는 자기 결정권이 아닌 사회적 압력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이 의견은 조력존엄사와 같은 주제에서 문화적, 사회적 맥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아시안 문화는 대체로 **집단주의(Collectivism)**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캐나다와 같은 서구 사회는 **개인주의(Individualism)**적 성향이 뚜렷하다. 이는 단순히 의사 결정 과정의 차이뿐만 아니라,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다.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가족이나 공동체의 기대와 압력이 개인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회적 압박은 한국의 문화적 특성 중 하나인 높은 **동질성(homogeneity)**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패션, 소비 습관, 여가 활동 등이 주류 트렌드에 의해 강하게 좌우되며, 모두가 비슷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크다.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 밀도, 그리고 대부분이 서로 연결된 **단일민족적 특성(monoethnicity)**이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강화한다.

조력존엄사와 관련해 "사회적 압력"은 가족과 공동체의 기대에서 비롯될 수 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도 안락사를 선택한 많은 이들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언급한다. 이는 안락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어떤 사람에게는 신체적 고통보다도 "마음의 빚"이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가족에게 경제적, 정서적, 물리적 부담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죄책감과 불안을 유발하며, 이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심리적 압박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의 역할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3.“생명의 시작과 끝은 인간이 개입해서는 안 될 영역이며,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겠다고 선언한 의사가 그 끝에 작위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 의견 역시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생명의 시작과 끝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넘어선 신성한 영역이라는 관점은 윤리적, 종교적 신념과 맞닿아 있다. 의사는 생명을 구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맡아 왔으며, 이는 의료의 가장 근본적인 윤리 중 하나다. 그렇기에 의사가 생명의 끝에 개입한다는 것은 역할의 근본을 뒤흔들 수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의료 환경에서는 생명의 연장이 반드시 삶의 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확하다. 삶의 질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에서 환자가 선택의 권리를 갖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방법일 수 있다. 결국, 조력존엄사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허용”과 “금지”를 넘어, 개인의 선택과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히 법적, 윤리적 문제를 넘어 문화적, 심리적, 그리고 공동체적 요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자율적 선택과 사회적 압박, 생명의 존엄성과 의료 윤리가 만나는 이 지점에서, 우리는 어떤 사회적 구조와 가치를 만들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내가 처음 MAID(의료적 도움을 통한 안락사) 샤도윙을 했을 때, 선배 의사가 물었다. "종교가 뭐냐?"고. 나는 "카톨릭"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의아해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카톨릭은 전통적으로 생명 존중의 가르침을 강조하는 종교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살생을 금지하는 가르침을 따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톨릭 교리인 Catechism을 보면,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카톨릭 관점에서는 안락사나 자살이 금지된다.


하지만 나는 그 답변을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의사로서 내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행위를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안락사와 같은 결정을 내릴 때, 의사의 입장이나 종교적 신념보다는 환자의 자율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어떻게 치료할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식으로 치료 받고,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지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돕되, 환자한테 올바른 정보를 주고, 필요한 도움기관에 연결을 해주고, 환자가 도다른 결과의 값이 다른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가려내는것 뿐이다.


의대 인터뷰에서 필수적으로 읽는 책이 있다. 바로 **“Doing Right”**이라는 책이다. 모든 의대 준비생들이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필독서 중 하나인데, 이유는 이 책이 윤리학을 바탕으로 의사로서의 직업적 고민을 다루기 때문이다. 의대 인터뷰에서 윤리적 문제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중요한 윤리적 원칙들을 익히게 된다. 이 책에서 중요한 윤리적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Autonomy (자율성)

Beneficence (선의)

Non-maleficence (해를 끼치지 말 것)

Justice (공정성)


이 중에서 **자율성(Autonomy)**은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다뤄진다. 환자의 자율성은 그들의 치료 과정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환자가 자신에게 어떤 치료를 받을지, 혹은 어떤 치료를 받지 않을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나는 **조력존엄사(Maid)**도 환자 치료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만약 환자가 자발적으로, 자율적으로 생을 마감하고자 한다면, 그것 역시 그들의 치료 과정에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자율적인 결정은 결국 환자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내 몸의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은, 내 삶과 죽음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중요한 부분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환자의 자율적인 권리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역시 지키는 것이다. 생명의 시작과 끝을 선택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의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때문에, 안락사와 같은 의료적 개입을 둘러싼 논의가 있을 때, 나는 환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그 권리를 실행할수 있는 정신력이 있다는 가정하에) 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종교적인 신념이나 윤리적인 규범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의료 시스템에서 환자는 때로 자신이 “패키지”가 된 것 같다고 느낀다. 진료실에서 한 환자가 “큰 병원에 가면 무슨 물건처럼 여겨질 것 같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부여되는 바코드, 환자의 번호화된 기록은 어느새 인간성을 잊게 만든다. 의료진은 효율과 정확성에 집중하다 보면 환자의 고유한 이야기를 놓치기 쉽다.


특히 암 환자들 같은 경우, 자기 자신이 받고 있는 치료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부작용도 제대로 설명받지 못한 채, 그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치료는 몇 달, 몇 년이 지나도 계속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자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환자들 중 몇 명이 자신이 받는 치료에 대해 진지하게 이해하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작용에 대해서 알고, 치료의 효과와 결과에 대해 알고 있을까? 사실, 치료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는 의료진에게서 충분히 제공되지 않거나, 그 정보가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환자는 스스로 치료의 주체가 아니라, 그저 치료받는 대상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환자는 점차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상실하게 된다.

이 문제의 핵심은 바로 환자의 자율성이다.


MAID 상담은 이런 점에서 다르다.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환자가 무엇을 가장 불편해하고 어떤 도움을 원하는지에 대해 깊이 논의한다. 이는 단순히 생명의 끝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환자가 삶의 과정에서 잃어버린 존엄성을 되찾는 여정이다.


환자가 자기 몸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의료 시스템에서 꼭 지켜야 할 가치이자 도리일것이다.



캐나다에서 큰 수술후 회복 입원중 첫 샤워를 도움 받으며 들었던 따뜻한 한마디가 떠오른다. “[큰 수술 후 처음으로] 따듯한물을 맞으면- 아- 다시 인간이 된 기분이야. 그치?("With hot water shower, ah- you feel like a human again")


이 간호사의 말은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 있을 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패키지" 또는 "비인간화"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자신을 돌보는 일상적인 행동조차 못하게 되면, 그저 치료와 관리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치료가 끝난 후, 샤워와 같은 작은 일상이 다시 주어질 때, 그저 물리적으로 청결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다시 '사람'으로서 회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환자에게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은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다시 자기 몸에 대한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저 병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을 돌보는 주체로서 다시 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치료의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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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Myko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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