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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코로나, 그후의 얘기였던 환자

by 아보카도나무

2020년 팬데믹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흔적을 남겼다. 수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고, 그들의 죽음은 조금 다른 통계로 기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증을 겪고도 살아남은 이들, 그들의 이야기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기적처럼 보이지만, 그 기적의 대가는 상상조차 힘든 고통이었다.


2023년 8월 16일, 광복절 다음날. 그날의 환자는 지금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이전에는 환자를 볼 때 마스크와 안경을 썼고, 원격 진료도 드문드문 있었다. 내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덕분에 눈물과 콧물을 잘 숨길 수 있었던것 같아 (내 생각엔). 하지만 지난해 라식 수술을 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린 이후, 맨 얼굴로 환자와 대면하게 된 첫 사례였다. 그리고 그 만남은 오래도록 내 마음을 울렸다.


환자의 파일을 읽으며 이미 가슴이 먹먹해졌다. 중증 코로나로 인해 그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그가 겪었을 고통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기적처럼 살아남은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재활을 마친 상태였지만, 몸은 여전히 상처투성이였다. 그의 말투와 움직임은 그가 지나온 시간의 무게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정말 힘드셨겠어요.” 그 한마디에 그는 갑작스레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찢어지는 울음소리를 들으면 감정이 울릴수 밖에 없었다. 지난 2년간 그가 얼마나 지독한 시간을 견뎌왔을지,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지 감히 공감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몸이 감옥 같다고 했다. 더는 자신의 몸이 자신이 아닌 것 같다고, 이 고통이 단순히 육체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자신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가족들의 희생이 나를 더 힘들게 해요” 하지만 동시에 그는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어긋난 발음으로 몇 번이고 절규했다. 요양원에 있어야 한다는 현실이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울부짖던 그의 모습은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잘 펴지지 않는 손가락으로 휴지를 쥐고 얼굴을 묻는 그의 모습이 내 눈앞에 잔상으로 계속 남아 있다.

그와의 만남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다. 대화가 끝난 후에도 그는 가족과 방 안에서 계속 통곡했다. 그 찢어지고 짖이겨진 울음과 함께.



이런 순간마다 나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의대 입학 전, 인터뷰를 준비하던 한 학생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의사는 타인의 가장 취약한 순간을 마주하는 직업이고, 그것은 엄청난 특권입니다(It is such a privilege to see people when they are most vulnerable).”


그들은 자신의 가장 연약한 순간을 타인인 나에게 맡긴다. 그 월권과 특권을 허락하고, 나를 믿어주는 그들에게 오히려 내가 감사하다.


내가 힘들때, 일하기 싫어질 때마다 어떤 교수님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환자들이야말로 병원에 가장 있고 싶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Patients are those who want to be here the l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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