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시간을 죽이는 고3

인문계든 특성화고든.

by 배써니

수학 1타 강사 정승제가 말했었다.


"고3 되면 공부 되게 열심히 할 것 같지? 아니야. 생각만큼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


이 말에 공감하는가?

나는 공감한다.


나의 고3도 그랬고, 내가 가르쳐봤던 고3도 그랬다.


그리고, 현재, 나의 1호도 그 전철을 밟으려 한다.





내가 지냈던 인문계 고3은 다람쥐 쳇바퀴를 돌듯 하루가 흘러갔다. 고3은 그동안 진도를 쭉 빼왔던 것을 계속 문제를 풀고 또 오답을 수정하고 또 풀었다. 그러다 6월이 되면 모의고사를 치고, 대학을 가늠해 본다. 여름방학 때 죽기 직전까지 6월 모의고사 점수에서 높이려고 발악을 한다. 그리고 9월 모의고사를 보고는 그 점수로 이미 미래는 확정되어 버린 양 그저 굴러가는 수레바퀴에 몸을 맡길 뿐이다.


11월 수능 때, 제발 실수만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어떤 학생은 앞만 계속 보며 질주하고, 다른 학생은 썩은 동태눈으로 죽으러 가는 소처럼 멀뚱 거리다 하교한다.

이랬던 나의 고3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대학만 가라는 나의 윗세대 부모님과는 다른 삶을 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특성화고를 선택한 1호.

특성화고의 고3의 어떨지 궁금했다.

나의 친구들도 모두 인문계 학생이고,

친구의 자녀들도 거의 인문계를 보냈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특성화고3학년인 학생과 얘기하게 되었다. 취업준비로 바쁜지 물었다. 그리고 곧 있을 3학년 1학기는 어떤지 물었다.


아니, 이런. 이럴 수가 있나.

특성화고도 똑같다니.

취업은 3학년 2학기부터 가게 된단다.

그럼 1학기는?

취업하기 때문에 내신점수가 필요한 학생들만 공부하고, 수업도 그렇게 나간다는 것이다.


그럼 취업준비하는 애들은?

뭐 하니?


그냥 논다는 거다.


어쩐지, 학부모회가 있다고 1호가 1학년일 때 1학기 때 학교에 간 적이 있었는데, 교실을 잘 못 찾아서 3학년 교실로 간 적이 있었다.

3학년 수업시간인데, 애들이 수업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3학년이니 취업 나갔겠거니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니.


그래서 정규수업 시간에 취업하지 않을 학생(대학진학도 안 하고, 취업생각도 없는 학생)이나 취업예정인 학생들을 위한 다른 수업은 없냐고 물었다.


없단다.


그럼 그 시간에 뭘 하냐 물었더니,

영화 틀어주거나 자율학습하라고 한단다.


아, 이런 걸 학부모가 민원을 넣어야 하는데,

또, 괜히 진상학부모라 찍히는 거 아닌가

생각이 많아진다.

어쨌든, 교과수업을 나가긴 하는데,

그것에 목표가 없는 학생들은 당연히 안 듣겠지. 허송세월만 하다 보내는 게 너무 안타깝다.


그 시간에 근로기준법이나, 학생 신분으로 아르바이트할 때 어떤 직종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 그런 교육 같은 걸 해주면 안 될까.


고3.

이팔청춘, 그 아름답고 찬란한 1년은 다시 오지 않을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연애를 하든,

학업을 하든,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고, 인생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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