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by Iknownothing

죄와 벌을 다시금 읽었다.

마음이 어수선할 때 가장 먼저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을 들게 되는 건

사람의 내면에 공존하는 정-반대의 감정 혹은 성향을 적나라하게 글을 통해 보여주는 탓이다.


"때려! 마음껏 때려."

마차위에서 사람들이 외쳤다. 구경꾼들이 혀를 차며 못마땅해했지만 사나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와. 하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채찍질을 견디다 못해 말이 뒷발길을 시작한 것이었다. 못마땅해하던 구경꾼마저 그 광경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콧등을 때려! 눈두덩을, 눈을 후려쳐라!"

마차 위의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 소리쳤다.

"자, 모두들 노래를 불러라!"

누군가가 마차 위에서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마차에 탄 무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추잡한 노래가 울려퍼지고 북이 둥둥 울리고 사이사이 휘파람 소리까지 끼어들고 뚱보 여자는 호두를 깨며 웃고 있었다.

...

"저 사람들이 불쌍한 말을 죽였어요!"

그는 울면서 말했다.

아버지는 두 팔로 그를 꼭 끌어안았다. 그런데 너무 세게 끌어안는 바람에 그는 숨이 막혔다. 아버지를 밀어내고자 했으나 아버지는 더욱 세게 안을 뿐이였다.

...


내부에 짙게 깔려있는 기독교적 색채도 책을 읽으며 종종 이상한 기분에 빠져들게 하는데,

인간의 가장 나약하고 흉측한 모습에서부터 예수님과 마리아를 떠오르게하는 고결함과 순결함까지 모든 것이 책 내부에 엉킨 채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이 가지는 개인주의적 이념에 대해 과정적으로 표현한다.

'비범인과 범인' 의 예시를 축소하면 세상 모든 곳에 라스콜리노프는 존재한다. 축소된 개인주의적 신념들은 어느 단체, 소속에서 볼 수 있다. 우리 모두 종종 "다른 사람을 보고는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번민하곤" 한다.


그것은 인체에 파고드는 어떤 새로운 선모충이 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생물은 지능과 의지가 부여된 혼령이였다. 그래서 그것에 걸린 사람들은 이내 귀신에 홀린 듯이 미쳐버리고 만다. 여태까지의 인간은 이것에 전염된 환자들만큼 자기 자신의 진리를 파악한 현자들처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또 그들만큼 자기의 판단이나 학술상의 논리, 도덕상의 화신과 신앙 등을 움직일 수 없는 진리인 양 생각한 사람도 일찍이 없었다. 도시와 마을, 초등학교 할 것 없이 차례차례로 번져나갔다. 인간은 저마다 자기 한 사람만이 진리를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을 보고는 자기 가슴을 두드리면서 번민하고 울어대는 것이었다. 누구를 어떻게 재판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악으로 삼고 무엇을 선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


정답은 언제나 어렵고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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