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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nownothing Jul 17. 2021

피프티 피플

서평

피프피 피플이라.

마침 삶에 너무 지쳐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장 친한 지인의 삶조차 들여다보는 것이 힘든 참이었는데, 책을 통해 50인의 삶을 보게 되니 참으로 기이했다.


사실 내가 잘 모르는 책 내의 50인의 삶은 관심도 없고 감흥도 없었다. 꾸역꾸역 읽었다. 소설에는 작가의 자아가 반영되기 마련이라지만 50인의 자아들에게 굉장히 비슷한 결이 느껴졌기 때문에 더욱 재미를 못느꼈을수도 있겠다. 조금만 나를 벗어나 세상에 발을 들여도 나와는 360도 다른 이들이 셀 수 없이 보여지는 데도 말이다.


잘 모르는 50인이 아닌 내가 조금 더 잘 알고 사랑으로 지켜보고 있는 20인의 삶만 해도 나에게는 차고 넘친다. 타지에서 일하며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친구, 십중팔구 애인과 취해있는 친구, 수줍은 듯 하지만 알 건 다 아는 친구, 영혼의 결을 함께한다고 느끼는 친구, 격투기에 미쳐있는 친구, 항상 두려움과 싸우고 있는 친구, 착한아이 증후군에 걸려있는 친구, 약간의 허언증을 가진 친구, 엄청난 회피주의자였다고 고백한 친구, 평생 다름을 겪고 익숙해진 친구, 만나면 초등학생들처럼 웃고 떠드는 친구... 


기본적으로 남 인생에 크게 관심이 없는 나임에도 그들을 사랑으로 지켜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프티피플을 보며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아마 즙처럼 피어나는, 그러니까 자기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 솔직함을 보였을 때의 순간들을 기억했다. 그들 자신으로 온전히 존재하는 순간을 함께하는 기쁨. 그런 순간들이 사랑스러워 기억으로, 인연으로 남았다. 그리고 경험상 그것들은 오랜 시간 사라지지 않는다. 함께 늙어가는 꿈을 꾸게된다.


이쯤 되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기에 가장 인상깊었던 한 구절을 선택하고자 한다. 

운으로, 주변의 도움으로 의사가 되어 살아온 70대 할아버지의 이야기.


'우리 둘이 사는 게 썩 나빠지면 같이 죽읍시다.'

'그래요.'

'관장을 하고 죽읍시다. 관장을 꼭 하고 죽어야 해요.'

'그래요. 그러기로 해요.


'집에 돌아오니 문밖에서부터 구운 생선 냄새가 났다. 여전히 생선은 맛있다. 어릴 때 먹었던 만큼 맛있다. 충분히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호 선생은 별로 욕심이 나지 않는다. 발밑에서 큰 파도가 다 부서져도 좋다. 지금껏 너무 많이 가졌다. 잃어도 좋다.'


잃어도 좋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한 구절.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으면서도 결국에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그렇기에 더더욱이, 피프티피플은 지루했다는 첨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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