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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nownothing Aug 27. 2022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세계의 전환. 이 책은 아마 누구에게나 있었을 그 순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세계의 전환을 ‘슬픔’이라고 표현한다. 수많은 감정 중에 왜 슬픔일까 생각해보니 하나의 자아와 멀어지며 이제는 다신 이전처럼은 생각하지 못하겠구나라는 것을 깨달을 때 슬픔을 느꼈던 것 같다. 이전의 나와 영영 안녕, 인사할 때. 그리고 그런 인사는 곧 반짝거리던 것들이 빛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감각을 느끼게 했다. 선망하던 것들은 평범해지고, 신나던 것들은 시시해졌다.


성장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나이듦에 가까운 그 전환들은 가끔은 선택으로부터, 가끔은 불행으로부터, 가끔은 새로운 인연들로부터 왔다. 직감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라는 것을 깨닫고 그 순간을 길게 늘리고자 노력했던 기억들도 있다. 아마 그 때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것을 잃어버릴 것 같다고 걱정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예상대로 몇 번의 경험마다 많은 것들이 내 안에서도, 주변에서도 사라지긴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것을 받아들이고 (아직까지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충분히 누리려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며 나는 주인공 셰실보다 안에게 감정이 이입되곤 했다. 가끔씩 어른들의 세계에서 술을 함께 마시며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속해있다는 즐거움을 느끼는 셰실보다, 이미  세계에 속해있으며 세계가 나에게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을 또렷하게 알고 있는 중년의 여성인 안에게. 아마 그녀에게도 최선은 아니였지만 차선일 그에게    상처받았을 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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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던 중 아랫집에 불이 나 노트북을 버려둔 채 도망을 갔다. 다른 집들을 빌려가며 한달이 흘렀다. 잿더미로 변한 아랫집을 보며 지금도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노려보고 있을 커다란 변화들을 느낀다. 아마 첫번째였을 커다란 변화를 겪은 셰실도 두 번, 세 번 비슷한 경험을 해가며 안을 떠올리겠지. 그래서 이 책에서의 안녕은 인사하는 안녕이자 작별하는 안녕인 것 같다. 새로운 변화로 인사하며, 과거의 나와는 작별하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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