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명의 아들과 두명의 딸
가을비가 내리는 날
원래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곳에서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시금 끝냈다.
친가는 까라마조프를 닮았다.
다섯명의 아들과 두명의 딸인 그들은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사랑에 넘치는 눈물로 화해한다. 마치 그들 안의 폭풍을 감내하지 못하는 것처럼. 견뎌내기 힘든 소용돌이를 감춘 듯이.
까라마조프였던 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얼굴이 희어지고 눈은 맑아졌다. 눈 안에 울렁대던 불꽃은 명멸했지만 온화함이 싹텄다. 아마 고모의 죽음 이후에서부터였을 것이다.
고모는 알료샤와 같은 사람이였다.
욕심을 찾기 힘든 맑은 얼굴,
조곤 조곤한 말투, 희미한 미소.
고모가 죽기 전 고모를 찾아갔었다.
창 밖의 녹음진 풍경과 함께 어우러진 고모는 이상하리만치 희고 아름다웠다. 빨갛게 익은 커다란 딸기를 건넸지만 주변 환자들에게 딸기를 모두 줘버리고선 자신은 하나만의 딸기를 가장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는 솜처럼 떠났다.
원래 세상에 없었던 듯, 관에 담기기 전 가장 좋아하는 연지를 발라달라고 부탁하고선.
그녀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고통에 잠겨 오랜 시간 물에 젖은 새마냥 바둥거렸다. 어두운 방 안에 갇힌 그의 눈동자에서는 어둠과 빛이 일렁이며 경쟁했다.
몇몇은 어둠이 되고
몇몇은 빛이 되었다.
지금 나는 생각한다.
한때는 그녀 역시 까라마조프였을 것이라고.
순진한 눈에는 어둠이 찾아왔었을 것이고
길 없는 숲은 그녀를 울게 했을 것이다.
희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일렁임이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