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함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수많은 이미지와 감정이 떠오른다.
살갑게 빛나는 얼음. 눈동자. 맑은 하늘이 비추는 강물. 어릴적 나의 모습. 순수함. 검은 머리. 살냄새...
언어란 본디 소통을 위해 만들어졌건만
받아들여지는 형상은 너무나 다양해
무엇보다도 세심하게, 공들여, 마치 갓난아기를 다루듯 단어 하나 하나를 다뤄야만 한다.
그렇게 세공된 시인들의 글에서는 향기가 난다.
나는 더 자주, 수천마리 새들의 환영을 받으며, 그 곳에 갔다. 새들은 아주 바짝 붙잡힐 만한 거리에서가 아니면 피해 날지 않았다. 그들도 일종의 당당한 무관심과 위엄을 가지고서 날아오르곤 했다. 때로 그 조용하고 커다란 날갯질 아래서 나는 마음 속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아마도 내 영혼의 것이라고 짐작되는 움직임을 느끼곤 했다. - 이아생트
특히 풍경과 사유의 순간을 언어에 담는 행위엔 벅찬 아름다움이 있는듯 하다. 마치 어떤 향기를 맡았을 때 강렬하게 떠오르는 기억과 같이, 세상 속 내 존재의 순간을 납작한 종이 위에, 글자로서 한 땀 한 땀 고심히 적어내는 행위... 나의 오감으로 느낀 것을 당신에게 온전히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살구색 햇빛이 책 위로 바람에 맞춰 아른거립니다. 시간이 가득 찬 빛은 점점 공기 속에 차올라 터지기 직전이 되었고, 시야에 흔들리는 검은 머리칼은 어느새 고동색이 되어 있습니다. 왠지 쌀쌀한 느낌에 고개를 움츠리면 백합향 향수가 살냄새와 짙게 어우러져 날 조금은 따듯하게 만들어줍니다.
아까부터 옆 테이블에 있는 조그만 아이가 호기심에 가득찬 눈동자로 내 모습을 기웃거립니다. 눈이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 모른척 합니다. 그녀는 내 어린시절을 기억나게 합니다. 지금의 이미지는 저 아이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남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이 될까요. 덧없이 어스러지게 될까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될까요......
그렇기에 언어의 정원에서 노닥거리는 것은 참 즐겁다. 누군가의 존재를 은밀히 느끼며, 시공간을 벗어나 그와 대화하는 행위. 어떤 이미지도 필요없이, 그저 아름다운 단어에 감탄하며 그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언젠가는 조용한 숲에서 글을 쓰고 조그만 책들을 만들며 살고 싶다. 그리고 그 때, 나의 정원을 누군가가 조용히 사랑해준다면 참 기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