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knownothing

내 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창이 나오고

창 밖엔 아빠가 선물해준 화분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 위를 흰 커튼이 단정히 덮는다. 내가 좋아하는 린넨 소재의 커튼이다. 가볍지만 따듯하게 아침이고 새벽이고 내 방을 감싸주는.


눈을 돌리면 책이 쭉 진열된 여섯 개의 책장이 있다. 나의 머리맡에 가까워질수록 내가 사랑하는 책들이 놓여있다. 좁은 문, 데미안,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무소유,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월든, 폭풍의언덕... 열다섯살부터 써온 다섯권의 일기장, 그리고 내가 소소히 만들어온 종이들과 추억이 가득 담긴 편지들이 소중히 꽃혀 있다.


창의 맞은편엔 흰색 피아노가 있다. 우리 엄마의 어린 시절, 나에 대한 어떤 꿈을 꾸며 샀을 흰 피아노. 피아노 위에는 흰 천을 깔아 엄마 아빠의 처녀적 사진들을 흩뿌려놓고, 다양한 향초와 화병을 놓았다. 벽에는 엽서와 그림들, 천가방이 너저분하지 않을 정도로만 걸려 있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방에 들어서 책장에 꼽혀있는 노란 전구를 켜고, 좋은 향이 나는 향초를 켜고, 음질이 좋지 않은 스피커에 노래를 연결할 것이다. 그리곤 읽다 만 책을 읽어야지. 소소하지만 아늑하다. 나의 방.




작가의 이전글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