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반쪽의 사람

by Iknownothing

거울 앞에 서면

거울을 바라본 나와

거울에 비추어진 나

반쪽의 사람과

반쪽의 사람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가끔 거울같은 사람을 만난다. 나의 비밀을 알려주는 사람. 영원한 문장을 내 몸에 새기는 사람. 내 헐벗은 몸을 노려보는 사람. 눈을 감으면 보이는 사람. 나의 데미안들.


그들은 실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들의 부분만이 내 안에 실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와 그들은 마치 행성처럼 서로를 끊임없이 끌어당기고 또 밀어내며 거리를 지킨다. 서로의 중력을 존중하며 오롯이 자신의 궤도를 찾아 침잠한다.


이번 독서를 통해서는 싱클레어의 또 다른 데미안들이 보였다. 싱클레어에게 시련을 주었던 크로머는 밝은 세계에만 머물렀던 어린 그에게 그늘이 뭔지를 알려주었고, 데미안을 만나게 하였다. 피스토리우스는 어쩌면 데미안보다 더 가까이 함께하며 세상을 깨트리는 법을 일깨워주었지만, 서로의 거리를 지키지 못해 영영 멀어져버렸다. 베아트리체는 자신이 짠 그물에 빠져 방황하던 싱클레어를 다시 원 궤도로 돌아오게 하였고, 긴 여정의 궁극적인 이상향과 같았던 에밀 부인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고독 안에서 우리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고 하지만 이처럼 인생에서 만나는 동행자들은 잠시나마 우리에게 안락과 평안을 주고, 혼자서는 느끼기 힘든 깨우침을 주곤 한다. 감사한 일이다.


나에게도 몇몇 빛나는 동행자들이 있어 기쁘다. 잠시나마라도 도란거리며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었고, 또 있어서 즐겁고 감사하다.



Demi 반쪽의

An 사람




https://youtu.be/w2GoH4-Gm44

Buxtehude : Passacaglia

keyword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