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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명 Oct 13. 2015

짜투리 여행

일상에 틈을 내는 보편가능한 여행


어제 약속 장소로 이동 중 버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돈화문이 너무 예뻐서 급하게 벨을 누르고 내렸다.

월요일은 휴관이라 창덕궁 돈화문은 닫혀있었지만, 저녁 즈음의 돈화문은 그 하나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맑은 하늘에 부드럽게 흐르는 다양한 모양의 구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햇빛의 색이 돈화문과 어우러졌다.

돈화문 앞에는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사람들 몇몇도 종종 지나가다가 나처럼 멈춰서 사진을 찍고 앉아서 쉬다 갔다. 여유가 느껴지는 모습에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약속 시간에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떠나기 싫은 곳이었다. 그렇게 약 한시간을 돈화문 주위에서 서성였다.

문득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들었다. 삶에서 만나는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면, 일상의 작은 틈도 여행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짜투리 여행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언제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나가다가 예쁜걸 보면 잠시 멈춰서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모두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삶이 좀 더 천천히 흘러가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될테고, 조금 늦더라도 함께 걷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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