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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면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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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명 Sep 17. 2017

#5 송추 평양면옥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의 나를 잇다



나는 평양냉면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자랐다. 몇 해 전부터 하도 평양냉면, 평양냉면 하길래 그게 뭔가 싶어서 찾아보니, 그냥 어릴 때 부터 먹던 그것이었다. 나에게 냉면이란, 평양냉면이었다. 냉면은 다 이런 줄로만 일았다. 다른 종류가 있는지 몰랐다. 그저 이것 밖에 안 먹어봤으니까.


어린 시절 가장 많이 먹던 곳은 송추에 있는 평양면옥이다. 도로변에 있는 크지 않은 빨간벽돌 2층 건물. 주차장의 흙먼지. 대략 이런 기억들이 담겨있는 송추 평양면옥을 오랜만에 벌초 끝나고 가봤다. 이 곳의 특징은 꿩고기다. 육수도 내고, 냉면에도 한 줌씩 넣어준다.


어릴 땐 그 꿩고기가 그렇게 싫었다. 나이가 들고나니, 이 꿩고기 때문에 육수가 이런 맛이 나는 것인가 감탄하게 된다. 한사발 가져다 주는 열무김치를 밥공기에 덜어먹으며 메밀면과 열무김치의 조화에 또 한 번 감탄.

한 번 가봐야지 생각만하고 가지 않았었는데, 오늘 먹고나니 숙원을 해소한 느낌이다. 친한 사람들과 같이 올 생각만했었는데, 부모님과 같이 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이 다함께 먹던 냉면 한그릇을 오랜만에 부모님과 같이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는 냉면 맛이 변했다고, 어머니는 우리 입맛이 예전에 너무 가난했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거라고, 나는 배불러도 육수 쫙 다 드시라고.

부모님과 원래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다. 특히나 요즘은 좋지 않았다. 냉면 한 그릇이, 텁텁하기만 한 우리 가족 사이의 분위기를 조금은 시원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사람을 연결하는 것에는, 음식만한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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