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브로이히 미술관 가는 길
'숨겨진 미술관 중 가장 아름 다운 곳'이라고 소개된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은 뒤셀도르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소도시 노이스에 위치해 있고 노이스역에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버스로는 15분 조금 안걸려서 갈 수 있는데 버스 배차간격은 40여분 넘는 간격이라 그럴바에 걷자!하고 호기롭게 걸어나갔다. 5킬로정도면 1시간 조금 넘게 걸으면 된다 이 생각이었으니..
처음엔 순조로웠다. 구글 맵스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 노이스 시내를 지나가면서 돌아올 때 여기서 밥을 먹자 라며 식당가도 천천히 탐색하며 길을 따라가고 있다. 그렇게 가기를 약 30여분 지나니 시가지는 지나가고 주택가도 지나갔다. 그 때부터 나의 모험아닌 모험은 시작되었는데, 일단 길을 따라 가긴 하지만 웬 공단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기도 하고, 풀숲이 우거진 하천 근처를 지나가기도 하고... 어느샌가 나는 논밭 한 가운데를 지나가기도 했다. 핸드폰 GPS와 데이터는 전혀 터지질 않고 어느샌가 결국 이정표와 감으로 길을 찾고 있는 나였다.
스물 한살, 나는 군대가기전에 여행 한번 가보자 하는 마음에 무작정 포항으로 혼자 떠난 적이 있었다. 아마 당시에 호미곶에 가서 일출과 그걸 찍기 위해 갔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포항을 지나 구룡포에 도착을 했고, 구룡포 주변 상인들에게 호미곶을 가기 위해선 어떻게 가야 하느냐 여쭤보았다. 바로 앞에서 버스를 타고 20분만 가면 호미곶에 도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순간 나는 상인 아저씨에게 "혹시 걸어가도 되요?" 라고 물어봤다. 황당한 듯, 웃으면서 아저씨는 나에게 거리는 한 15킬로미터 되는데 국도 따라 쭈욱 가면 되긴 된다며 대답해주셨다. 당시에도 나는 호기롭게 "그럼 걸어갈게요!" 라고 대답하고 길을 따라 나선 기억이 난다. 가방과 삼각대, DSLR 카메라와 렌즈를 모두 짊어지고 편하지도 않은 스니커즈 신발을 신고 갔는데 당시 차가 지나갈 때마다 발바닥을 통해 떨려오는 아스팔트의 느낌은 아직도 느낌이 생생하다. 기진맥진, 겨우 호미곶엔 겨우 도착했지만 그 곳에서의 기억은 별로 없었다. 도착 후 먹은 물회의 맛이 그렇게 맛있었다는 것 외에는...
카메라, 렌즈가 모두 들은 가방, 그리고 삼각대 그래도 그나마 편한 운동화, 호기롭게 걸어가자! 하고 발걸음을 옮긴건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른게 없는 것 같다. 길이 조금 거칠고 힘들어서 무슨 미술관을 이렇게 꼭꼭 숨겨놨냐고 투덜대며 가긴 했지만, 그래도 그 길을 걷는 느낌은 무척이나 좋았다. 포장되지 않고 인적이 드문 길을 지나가고 있으니 왠지 중세 유럽을 탐험하고 있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왠지 나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가고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지기도 하면서 나는 걸어 나갔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을 찾았다. 미술관은 명성만큼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미술관은 내가 왔던 길 처럼 드넓은 공원에 각각 전시실이 꼭꼭 숨겨져 있었고, 그 속에서 작품들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미술관 관람 후 나는 되돌아 갈때는 결국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가 확실히 간편했다. 그리고 내가 궂이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는지 버스는 큰 도로를 따라 금방 노이스 시내로 진입했다. 에이 뭐야.. 하면서 살짝은 투덜거리며 나는 노이스역을 통해 뒤셀도르프로 돌아온다. 돌아와서 나는 나에게 수고했다며 알트비어와 슈바인스학세를 선사했고, 기름진 슈바인스학세와 그 속으로 절묘하게 녹아드는 알트비어의 환상적인 조합에 흠뻑 취해버렸다.
우리는 여행지를 정한다. 그리고 그 여행지를 향해 얼마나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 만약 그 곳으로 가는 길이 험하고 불편하다면, 그 곳이 가고 싶더라도 자주 포기하곤 한다. 그리고 여행지에 도착하고 그 곳에서의 느낌을 주목하는 반면, 그 곳으로 가는 여정을 주목하는 경우는 적은 것 같다. 여행지로 가다가 잠깐 길을 헤맨다면 그 여행 자체를 망친 여행으로 생각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어쩌면 조금만 발걸음을 천천히 해서 내가 가는 길의 풍경들을 다시 한번 둘러 본다면, 아니 조금 길을 헤메이더라도 그 곳에서는 미처 내가 봐오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접할 수 있고 그 곳은 어쩌면 나에게 또 하나의 여행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미술관에 가는 여정이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그 길에서 남들은 몰랐던 또다른 여행지를 발견한다. 나는 그것에 만족하며 마지막 알트비어 한잔을 다 마시고 숙소로 되돌아 간다. 살짝 취기가 오르면서 그날도 기분 좋에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PHOTOGRAPHY BY LEBEN TRAVELER (삶랑자)
TEXT BY LEBEN TRAVELER (삶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