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고 사과하는 법

변명하지 말기

by 김지환

나는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손에 꼽히는 장난꾸러기였다. 지금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젊잖은 척을 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워하지만, 나의 가족들과 초중고 동창들은 나의 장난꾸러기 시절을 선명하게 기억하며 요즘도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한다.


자연스럽게 10대의 나는 반성문을 쓰거나 누군가에게 사과할 일이 많았다. 진심으로 반성하며 사과하는 때가 많았지만, 때로는 그저 반성하는 척을 하며 사과하는 시늉만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한 과정을 겪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어떻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선생님이나 친구의 용서를 받을 수 있는지 체득하였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체감한 기억이 여럿 있다. 내가 분명히 배운 것은, 반성하고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설령 당장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대로 반성하고 사과하는 척이라도 하는 편이 유익하다는 사실이다.


나름대로 정신 차리고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 덕분인지, 다행히도 요즘은 내가 직접 반성하거나 사과할 일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직업 특성상 의뢰인의 반성과 사과를 상대방에게 대신 전달하는 일이 잦으며, 반대로 상대방의 반성과 사과를 내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일도 흔하다. 때로는 징계위원회, 성폭력 심의위원회, 교권보호위원회와 같은 곳에 외부 위원으로 참석하여 누군가의 반성과 사과를 평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내가 반성과 사과의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반성과 사과가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확실하게 느끼는 것은, 제대로 반성하고 사과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반성문' 대신 '변명문'을 쓰고, '미안해' 대신 '너도 잘못했잖아'를 외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변명문'을 쓰고 '너도 잘못했잖아'를 외친 사람 스스로는 자기가 반성문을 잘 쓰고 제대로 사과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반성문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특정한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선처를 구하기 위함이다. 사과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함이다. 달리 말하면, 반성하고 사과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함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본적인 내용은 자기 잘못의 인정,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한 책임, 잘못을 만회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 앞으로는 달라지겠다는 결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정해진 공식대로 반성하고 사과하면 되는 것이므로 상당히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종종 보게 되는 소위 '변명문'은 위와는 다른 그 나름의 전형적인 흐름을 따른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척하다가 여러 가지 사정을 들어 자기 잘못을 변명하고 합리화하고, 심지어는 피해자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는 주장까지 한다. 그러면서 자기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결과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기 일쑤이다. 변명을 길게 늘어놓은 후 짤막하게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 잘못에 대한 성찰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 들어갈 수가 없다. 위와 같은 '변명문'은 오히려 판사나 검사, 경찰, 징계위원을 자극하여 '괘씸죄' 추가를 고려하게 만든다. 조금이라도 선처를 받기 위해 열심히 시간과 노력을 쏟고서는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사과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미안하다는 말로 말을 꺼내지만, 이내 '네가 그러지 않았더라면'이라든가 '네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피해자 역시 자기와 함께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이해와 위로는 뒷전이 된다.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어떤 말을 듣기 싫어하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결국 피해자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하고, 용서를 받을 길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내 의뢰인이 위와 같은 실수를 범하려고 하면 내가 하나하나 지적하며 바로잡아준다. 하지만 내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누군가가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그저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 심한 경우에는, 판사나 검사, 경찰, 징계위원이 이미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저분은 변호사를 좀 선임하시지.." 혹은 "저분은 변호사를 잘못 선임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