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인 조카의 삼촌이 해고당했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내게는 두 명의 외삼촌이 있다. 큰 외삼촌은 나보다 열아홉 살, 작은 외삼촌은 나보다 열여섯 살 많다. 나는 외삼촌들과 무척 친한데, 가끔은 나도 모르게 '형'이라고 부를 때도 있을 정도이다. 그중 작은 외삼촌은 내가 중학생일 때 나와 함께 스타크래프트를 해주었고, 내가 망해버린 수능 점수로 아무 대학이나 가려고 했을 때 일 년 더 공부해 보라고 권유하고는 재수생이 된 조카를 가끔 찾아와 용돈을 쥐어주었으며, 내가 대기업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진심으로 응원하며 내 엄마를 안심시켜 주었고, 내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날 명품 만년필과 근사한 저녁식사를 사주었다.
어느 날 삼촌이 당시 내 사무실이 있던 선릉역 부근에 찾아왔다. 즐겨 찾던 중식당에서 어향동고와 탕수육을 먹고 카페에 가서 잡담을 나누던 중이었다. 삼촌이 말했다. "내가 회사 징계인사위원회에 회부됐어." 내가 아는 삼촌은 상당한 일 중독자였고, 회사에 헌신적인 사람이었기에 나는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면서 그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삼촌은 큰일이 아니니까 일단 스스로 잘 대처해 보겠다며, 혹시라도 문제가 커지면 도와달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태여 징계사유를 캐묻는 것이 실례일 수도 있고, 삼촌이 혼자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나도 무어라 더 말하지 않고 삼촌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 후로 두 달 정도 삼촌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나는 삼촌의 일을 조금씩 잊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삼촌으로부터 도움이 필요하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나는 삼촌에 대한 징계 결정이 나왔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삼촌을 만나러 갔다. 고속터미널의 수많은 카페 중 한 곳에서 만난 삼촌은 나에게 서류를 하나 내밀었고, 그 서류에는 "위 대상자는 취업규칙 제58조에 의거하여 해고에 처한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징계해고는 근로자에게 사형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웬만큼 심각한 비리행위를 저지른 근로자가 아니고서는 징계해고를 당할 일이 없다. 나는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징계의결서를 읽어 내려갔고, 끝까지 읽은 후에는 놀라움이 당혹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삼촌에게 물었다. "이게 전부야? 회사가 이걸로 삼촌 해고한 거야?" 삼촌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해고 당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나 해고당하기 직전까지 광양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너한테 도와달라는 말도 안 하고 있었지."
징계해고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고객의 불만을 야기하여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신용을 저하시켰다'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무단으로 결근과 지각, 조퇴를 반복하였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 일을 하다 보면 고객과 의견 충돌이 생겨 불만이 생기는 경우는 부지기수이다. 회사의 명예가 실추되고 신용이 저하되어 징계해고에 이를 정도라면 그것이 객관적으로 상당한 수준이어야 할 것인데, 그저 추상적이고 주관적으로만 기재되어 있었다. 삼촌은 내근직이 아니라 외근직으로서 매일같이 멀리 지방에 있는 고객사의 발전소와 공장으로 출장을 다니며 일했기 때문에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이에 관하여는 회사의 내규에도 명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삼촌도 나도 징계해고라는 결론을 두고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삼촌에게 물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 이전에 징계 이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 사유로 단번에 징계해고하면 부당해고로 인정될 게 분명한데 말이야." 삼촌이 대답했다. "내가 싫은가 보지.."
내가 변호사가 된 이후 가장 치열하게 다투었던 사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