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부모님이 은행에 저축할 돈으로 강남과 잠실에 땅을 샀다면? 2000년대, 네이버, 구글, 아마존의 주식을 사서 묵혀뒀다면? 2010년대, 유튜브와 SNS에 꾸준히 내 콘텐츠를 올렸다면?
부동산 개발 광풍으로 부의 균형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왔습니다. 인터넷 검색과 전자상거래는 유통 질서를 완전히 바꾸었으며 유튜브와 SNS는 미디어의 권력을 기업에서 개인으로, 민주화했습니다.
혁신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촉발하고 자본가는 뒷짐지고 있다가 돈이 될 조짐이 보이면 정치가와 결탁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운동장을 기울인뒤) 출발선을 긋습니다. 대중은 그들이 내린 출발 신호에 맞춰 일제히 달리기를 시작, 제자리 뛰기를 합니다. 반복되는 자본주의 룰입니다.
누가(혁신가/자본가/대중)될지는 “언제”에 달려 있습니다. 선비같은 조상님 탓하기보다는, 눈치빠른 조상이 되어야 할 때, 시장의 질서가 바뀌는 변곡점을 찾아 평지 달리기를 시작해 봅시다.
페러다임을 바꾸는 변곡점은 기후, 전쟁, 전염병 그리고 과학기술이 촉발하며 현대사회로 갈수록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합니다. 가령 1969년 발명된 인터넷(www)은 정보 유통의 물리적/지리적 한계를 제거하고 “온라인”에 사람들을 연결함으로써 하나의 초연결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책상 밖에서도 연결되고 싶었던 우리의 바람을 낚아챈 잡스는 2008년 아이폰을 출시했습니다. 비싸고 소중한 아이폰을 24시간 몸에 지닌 덕분에 대량의 개인 데이터가 생성됐고 이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집니다.
갈수록 외로워지는 사회는 우리에게 SNS를 처방했습니다. 51억 명의 사람들이 글과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7초짜리 인스턴트 관계를 맺습니다. 부러움을 사고 싶은 사람들, 이때다 눈치빠른 어도비키즈 스타트업들이 콘텐츠 저작 도구를 쉴새 없이 보급합니다. 쓰고 찍다보면 재미도 재능도 발견하기 마련, 사람들이 점차 긴 호흡의 “콘텐츠”를 창작하기 시작합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바깥에 존재하던 덕후들이 유튜브에서 물만난 물고기가 됩니다. 유튜브의 채널은 수백만 개, 이곳에서 전세계인은 매일 10억 시간의 시간을 보냅니다.
80억 명이 개인화 서비스를 이용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보느라 밤을 꼴딱 지새고, SNS에 일상을 낱낱이 중계한 덕분에 데이터가 빅, 커졌습니다. 허락한 적 없는 우리의 데이터를 가져다가 샘이 낳고 스스로 어른이 되어버린 AI가 코 앞에 찾아왔습니다. 두려움 반 흥미로움 반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일단 Go, 말만하면 뚝딱 만들어주니 “생산성”이 말도 못하게 올라갑니다. OpenAI의 창업자 샘 알트만은 한 포럼에서 1인 기업이 유니콘이 되는 시대가 열렀다고 선언했죠. 제임스 와트 감독의 “증기기관”과 비교할수 없는 샘 알트만 감독의 블록버스터급 변곡점, AI가 찾아온 것입니다.
시장을 이기는 비즈니스는 없습니다. 일단 대세가 되는 시장 위에 올라탄 뒤에 두려울지 설렐지,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하는 게 뭔지를 찾아야 합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벤쳐”, 모바일 시대에는 “스타트업”이라 불렀고 오늘날 콘텐츠의 시대에는 “크리에이터”라 부릅니다. 셋 모두 동시대 시장의 니즈를 해결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를 지칭할 뿐입니다. 따라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용어가 유망한 지 존속할 지에 집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용어 뒤에 숨은 본질적 속성입니다. 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나타난 것인지를 알면 본질을 알수 있고 우리는 그것을 잘 레버리지 하면 됩니다.
앞서 1969년부터 이어진 하나의 흐름, 바로 온라인, 개인화, 콘텐츠, 생산성입니다. 이것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출현한 이유이자 본질입니다. 그리고 이 4개 값은 우상향만 합니다. 제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온라인 연결은 더 강화되고 이에 따라 사회는 더욱 핵개인화 됩니다. 콘텐츠 소비 또한 내 수면 시간을 얼마나 더 빼앗을지 걱정할 뿐 줄어들지 않습니다. AI로 인한 생산성의 향상은 빨라질 일만 남았습니다.
근데 왜 콘텐츠일까요?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잠깐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니즈는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아주 약간 더 편리한 제품을 팔기 위해 기업들이 피튀기는 경쟁을 하고 있죠. 1)필요가 충족된 사회, 2)모바일 덕분에 온라인에 24시간 접속해 있는 사람들, 3)하루 4시간 32분, 그리고 갈수록 증가하는 콘텐츠 소비 시간. Physical Product를 파는 것보다 ROI가 훨씬 높고 수요가 큰 콘텐츠에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콘텐츠 전쟁에 크리에이티브로 무장하고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는 개인이 대거 뛰어듭니다. 왜 지금? 과거에는 송전탑 없이 방송을 할수 없었습니다. 이걸 갖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뉴스, 드라마, 예능 등의 콘텐츠 비즈니스는 거대 미디어 기업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송전탑없는 방송국이 생겨버렸습니다. 유튜브와 SNS입니다. 심지어 무료죠. 핸드폰을 켜고 방송을 하면 됩니다. 저걸 누가 볼까 싶던 개인 방송과 숏폼 콘텐츠는 지상파 미디어를 완전히 대체했습니다. 지난 22대 대통령 후보자 토론과 선거 방송에서 지상파 3사는 유튜브 “삼프로TV”와 “겸손은 힘들다”에 완패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종말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다양성이 퀄리티를 이긴 것입니다.
다양한 개인이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해 콘텐츠를 유통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입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수면위로 급부상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앞서 변곡점의 요소로 전염병을 짚었죠)이었습니다. 이후 모든 코로나 버프 산업이 그렇듯 앤데믹때 잠시 주춤했으나 AI가 다시 기름을 부으면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기획부터 제작, 편집 등 전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를 보조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8년 ‘미래의 직업 프리랜서’ 보고서에 따르면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데 평균적으로 36시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가 콘텐츠 제작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다가 지속성을 잃습니다. 크리에이터의 엔진은 콘텐츠, 이를 제작하는데 드는 높은 시간 비용을 AI가 획기적으로 줄여 주고 있습니다. 현재 뉴스레터 콘텐츠의 경우는 보조가 아니라 대체할 정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AI는 언어적 제약이 큰 한국에게는 엄청난 기회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에 지사를 설립하고 사람들을 채용하는 등의 비싸고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면 이제는 번역 버튼을 넣거나 AI에게 요청하면 간단히 해외 진출이 끝납니다.
어도비(Adobe)가 2022년 8월 발간한 <크리에이티브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자신을 ‘크리에이터’로 정의하는 사람들의 수는 무려 3억 30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절반이 넘는 1억 6,500만 명이 지난 2년 사이 새롭게 크리에이터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팬데믹 이후 크리에이터가 급증했습니다. 과기정통부, 2023년 디지털크리에이터미디어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튜버 등 디지털 크리에이터 관련 종사자가 2019년 약 5천명에서 4년 만에 3만5000명을 넘어서며 7배 증가했습니다. 사업체는 1만곳 이상이고, 산업 전체 매출액은 4조원이 넘습니다.
이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AI가 기업의 업무 곳곳을 대체하면서 자진 퇴사하거나 정리해고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의 '구조 조정'이 매섭습니다. 지난해 1만 2000여 명을 해고한데 이어 올 2월 한 달간 1000여 명이 훌쩍 넘는 구글 소속 직원들이 짐을 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3억 개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죠.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2021년 11월 직장인 1만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약 10%가 향후 6개월 안에 본업을 그만두고 크리에이터로 전업하는 걸 고려 중이라고 답합니다.
이러한 증가 추세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2022년 현재 2,500억 달러(한화 약 31조 원) 규모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5년 후엔 4,800억 달러(한화 약 606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예외없이 모든 사람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삶을 원하고 세상은 절대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 이것이 큰 흐름이고 대세입니다.
크리에이터 비즈니스가 기존 비즈니스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1)누구나 시작할수 있고, 2)누구나 성공할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하지 못하고 3)누구나 한방에 나락갈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많아지는 배경에 매력적인 시장 기회, 표현과 창작의 욕구, 원하는 일로써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은 갈망 등이 있지만 급격한 유입의 진짜 이유는 기회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벤처, 스타트업은 내가 가진 걸 포기하고 올인해야 합니다. 얻는 것은 요원한데 잃는 것은 당장이죠.
반면 크리에이터는 하던 거 하면서 시간 좀 쪼개면 되는 수준입니다. 직장인 3대 거짓말 중 하나가 ‘유튜브나 한번 해볼까?’입니다. 하지만 점차 내 주변에서 성공 사례(이것이 가장 촉발시킵니다.)가 속속 등장하고 AI로 인한 퇴사 공포가 커지자 직장, 육아, 기존 비즈니스와 병행하면서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출퇴근 길에 콘텐츠 기획하고 주말에 촬영하는 식이죠.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크리에이터의 공급은 계속 빠르게 증가할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초기 진입하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관련 산업이 성장합니다. 전자책, 템플릿, 강의, 코호트 프로그램, 커뮤니티 등 Creator to Creator 교육 시장이 가징 먼저 성장합니다. 쉽게 말해, 먼저 경험한 크리에이터가 뒤 따르는 크리에이터를 교육하는 시장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생산성을 높이는 SaaS, AI, 콘텐츠 대행 등의 B2B, B2C비즈니스 시장이 나타나고 그 위로 수익화 레이어인 기업들과의 제휴 마케팅, 광고등의 시장이 성장합니다. 해외는 레이어 3이 크리에이터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지만 국내는 아직 레이어 1 시장이 직장인 교육시장과 맞물려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고 소수의 대형 유튜버, 인플루언서가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크리에이터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 조건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계속하는 꾸준함, 둘째는 구별되는 관심사입니다.
관심사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수 있고 매몰비용이 없다보니 그만두기도 무척 쉽습니다. 뉴스레터를 10회 이상 발행하는 크리에이터는 전체의 0.3%에 그칩니다. 콘텐츠가 없으면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의 엔진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꾸준하기만 해도 1% 크리에이터가 되는 매우 단순한 시장입니다. 꾸준함은 크리에이터의 최고 무기입니다.
"내가 떠들어도 되나 싶어서 망설여져요."
전문성에 관해서는 오해를 풀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SNS와 뉴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전문성은 얼마나 학식/경험이 높은가가 아니라 얼마나 구별되는 것을 지속했는가입니다. 그 안에 기존의 전문성도 포함됩니다. 가령, 데이터 사이언스 10년차라면 구별되는 것을 10년간 지속한 것입니다. 원피스(만화) 애호가 10년차도 구별되는 것을 10년간 지속한 것입니다. 둘은 다르지 않습니다. 외려 콘텐츠 시장에서는 후자가 더 매력적 입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같은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만의 관심사로 시작해서 덕질을 하다보면 조예가 깊어지고 이것이 곧 전문성이 됩니다. 기억하세요. 구별되는 관심사 + 계속하는 꾸준함 = 그 분야 전문가입니다.
주머니에 만원이 있으면 만원 잃을 확률이 생기지만 10억이 있으면 인생을 잃을 확률이 생깁니다. 애써 모은 구독자 수백 만명, 말 한마디에 물거품처럼 사라집니다. 이는 크리에이터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이 안 터지는 곳이 없고 SNS로 일상을 중계하면서 과정을 들여다보는 투명사회가 되었습니다.
오랜 무명 생활을 하다가 좋은 작품을 만나 일약 스타가 되었다가 과거 학폭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라지는 연예인. 음주상태로 킥보드를 타고 자신의 지구적인 인기와 자산을 한번에 날려버린 아이돌. 썸네일 성희롱 논란의 피식대학. 학폭을 두둔한 발언에 뭇매 맞은 최근의 곽튜브 사례까지. 이들은 실수한 것이 아닙니다. 평소 삶의 모습이 잠깐 노출된 것 뿐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더 자주 나락가는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를 접하게 될 것입니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러한 생각과 태도를 가진 사람이 아니어야 합니다. 성공이 쉬울수록 실패가 쉽습니다. 사회적 감수성이 높아야 하고 개인의 도덕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업의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인터넷이 만든 온라인 초연결사회,
아이폰이 만든 핵개인의 시대,
SNS와 유튜브가 만든 콘텐츠의 시대,
AI가 만든 1인 기업의 시대.
지난 60년간 나타난 변곡점이 모두 합쳐져 출현한 새로운 질서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입니다.
건물주 아들(자본), 서울대 출신(학벌과 사회적 네트워크)이라는 타이틀이 먹히지 않는, 살아 생전에 보기 드물게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입니다. 외려 유니크한 분야를 좋아하는 덕후나 블로그에 10년 넘게 자신의 서사를 기록해 온 사람들이 출발선의 앞에 있고 성공 사례가 더 많습니다.
기울어진(뒤에) 운동장에서 매달리기를 하기보다는,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해봅시다!
소리소문없이 계속 커져가는 크리에이터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가장 발빠르게 소식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언제든 시작할 수 있도록 크빌레터가 돕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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