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와 자만심

by Dahl Lee달리

어제는 부활절이었습니다.


목사님께선, 오래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하나님에 대해 다 안다는 생각을 하고 심드렁해지는 순간이 온다고 하셨습니다. 경탄도 두려움도 희미해지는 순간이. 모태 신앙이지만 저에게는 아직은 그런 순간은 오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아직도 늘 제 기대 너머의 존재십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해선 이런 주제넘은 짓을 자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전 설교에서, 온유함은 겸손의 다른 이름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누구를 다 아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더 이상 궁금해지지 않는 것, 이것은 자만심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겠습니다.


칼 융은 '투사'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우리가 자각하지 못한 채 자신의 부정적인 특성을 타인에게 귀속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투사는 무의식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우리 스스로에게조차 숨기고 싶어 하는 생각, 감정, 욕망이 저장된 영역입니다. 누군가가 거슬리고 짜증이 난다면 사실은 내 부정적인 모습을 그에게 전가시켜 그를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제가 유난히 싫어하는 사람은 오만한 사람인데요. 이것 역시 투사가 아닐까, 어제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사실 그 누구보다도 오만한 사람이구나.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아는 척, 그들의 심리와 행동을 예측 가능한 척을 잘하는 나. 그렇기에 내 마음에선 경이로움이 사라져 버린 게 아닐까? 그래서 자꾸 모든게 지겹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겸손해져야겠습니다.

나를 좀 더 죽이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골절에서 회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