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인간의 육식 일기

by Dahl Lee달리

나는 오랫동안 거의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는데, 환경을 위해서는 아니고 몸에서 잘 안 받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고기를 먹으면 두드러기가 났는데, 엄마 역시 고기를 드시면 눈 아래쪽이 딱딱하게 굳으시곤 하셨다. (엄마 표현으론 나는 엄마의 안 좋은 건 모조리 빼다 박았다고.) 몸이 안 좋을 때 특히 두드러기가 심하게 나곤 했다. 20대 때 엄마랑 이모랑 광교산에 놀러 갔다가 산밑의 음식점에서 돼지고기를 먹었는데 엉덩이가 갑자기 아파서 확인해 보니 크고 단단한 두드러기들이 나고 있었다. 이렇게 심하게 난 두드러기와 가려움증은 아무리 알레르기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쉽게 없어지지 않고 몇 주를 가곤 했다. 먹을 때마다 무섭고 가능하면 피하게 되니 점점 더 고기의 식감과 냄새가 싫어졌다. 피냄새와 그 특유의 살이 씹히는 느낌이...


문제는 나는 생선도 두유도 콩도 잘 안 먹어서 단백질 공급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두유랑 콩의 맛을 정신력으로 극복해 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엄마는 내게 단백질을 먹이려고 번데기(!)를 먹이려고 시도하시기도 했다. 물론 엄마를 또 실망시키고 말았지만. 맛은 있지만 입에 자꾸 벌레 다리 같은 게 남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제 몸이 건강해지고 있으니 요새는 점점 더 고기를 먹어보려고 꾸준히 시도 중이다. 몇 달 전 장어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또 먹어봐야지 했는데 금세 몇 달이 훌쩍 흘러버렸다. 요새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에 닭가슴살을 챙겨 먹으려 하고 있다. 몸 컨디션이 괜찮은 날을 골라서 먹는다. 지난번에 먹었을 땐 두드러기는 안 났지만 소화가 잘 안 되어서 하루 종일 배가 아팠다. 식감은 나쁘지 않았다. 오늘 다시 닭가슴살을 먹어볼 예정이다. 이번에는 잘게 다져서 카레에 넣어서 먹을 계획. 기대된다.


흑백요리사에 아롱사태라는 부위가 나왔던데 먹어보고 싶다. 쫀득한 식감이라는데 무슨 느낌일까. 십 년 전쯤 다니던 개척교회 목사 사모님께서 장조림을 해주신 적이 있는데 굉장히 쫀득했었다. 장조림에 든 고기가 맛있다고 느낀 건 그때가 유일했는데 혹시 그게 아롱사태가 아닐까? 내년에는 아롱사태랑 장어를 먹어볼 것이다. 또 언젠가 맥도날드 햄버거도 먹어봐야지.


신기한 건 굳이 고기를 안 먹어도 크게 영양결핍은 오는 것 같지 않다는 거다. 가끔 생선이나 두부를 먹고 우유와 계란을 매일 먹으려 노력하는 정도면 생존에 큰 문제는 없는지도. 그래도 고기를 좀 더 먹는 쪽으로 가는 것이 현명하다. 앞으로 노화와 더불어 근손실이 계속 올 것이기 때문이다. 단백질 음료나 뉴케어에 의존하는 것보단 그쪽이 훨씬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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