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홀린 두 세계
유산소의 양대 산맥인 러닝과 수영을 둘 다 좋아한다. 하나를 고를 수 없이 좋아한다.
강박적이고 통제적인 성격 때문일 수도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나는 레인이 있는 수영장이 좋다. 정해진 레인에서 왔다 갔다 하는 단조로움을 사랑한다. 그 단조로움 덕에 몸이 지상과 다르게 움직이는 느낌에 몰입할 수 있다. (그래서 오픈워터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수영장 특유의 색도 사랑스럽다. 보통은 하늘색, 가끔 초록색. 물속에서 굴절되어 보이는 세상도 아름답다. 화려한 색의 수영복은 시각적 쾌감을, 다양한 나이와 다양한 형태의 몸으로 비슷한 동작을 하고 있는 인간 무리를 지켜보는 것은 이상하게 감동적이다.
러닝은 내게는 수영보다는 좀 더 격한 운동이다. 심박수가 좀 더 올라가고, 코스가 다양하기에 더 다이내믹하다. 더 '운동'답다. 아쉬운 건, 러닝은 수영복보다 옷이 덜 예쁘다는 점. 그게 뭐가 중한디... 할 수도 있지만 난 역시 예쁜 게 좋다. 수영복은 인간의 날(?) 몸을 최대한 드러내면서도 절제미가 있다. 그에 반해 러닝은 뭔가 복장이 거추장스러운 느낌이다. (내가 피부가 탈까 봐 최대한 많이 가리고 뛰는 것도 있지만...) 나는 수영복과 수모를 쓴 단정한 내 모습이 제일 나답다고 느낀다.
러닝의 큰 매력은,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며 보폭을 맞춰 뛸 수 있는 것이다. 수영하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수영은 철저히 혼자만의 세계지만 러닝은 공유할 수 있는 세계랄까. 누군가와 함께 뛰면 혼자 뛸 때보다 항상 더 잘 뛰어지는 것이 찡하다. 인간이란 이처럼 누군가와 함께 할 때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요새 나는 주로 혼자 뛰고 있다.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그래서 잘 못 뛰고 있다. 수영장 친구처럼, 헬스장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나만큼 러닝을 좋아하는. 같은 수영장을 삼년정도 다니니 저절로 친구들이 생겼는데, 헬스장에선 어떻게 친구를 만들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