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얼굴로, 어른의 표정으로.
어려서부터 혼자가 편했다. 애초에 무리에 잘 녹아드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도 잘 사는 편이었기도 했고. 굳이 나의 거친 면을 부드럽게 윤색해서 세상에 보여주는 게 어딘가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분위기나 그 자리에 맞는 말을 꾸며내서 하는 것도 참 어색했다. 차라리 말을 줄일지언정.
이제 나이를 먹고, 나는 내가 그냥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었음을 깨닫는다.
내가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촌오빠, 그의 아내는 나와 한 살 차이다. 고등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 우리 오빠를 만나서 한국으로 역이민을 온 언니. 언니를 보며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언니는 모든 편치 않은 자리를 "열심히 노력하며" 견딘다. 내가 눈치챌 만큼 늘 노력 중이다. 함께 새로 옮긴 교회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언니에게 시댁이 되는 우리 이모랑 엄마에게도 늘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흠 없는 어른스러운 태도로 일관한다. 언니를 보며 철없는 내가 싫어질 때가 많다.
그럼 나는?
좋게 말하면, 나는 진실한 사람이긴 하다. 나쁘게 말하면 게으른 사람, 그래서 가끔은 쌀쌀맞게 느껴지는 사람.
맘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웃음은 짓지 않고 오히려 뚱하거나 시니컬하게 보일 때가 많은 것 같다. 종종 차가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걸 보면...
평생 누구에게 굳이 잘 보여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기에(맙소사!), 그런 믿음이 타인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는 오만한 태도가 되었을 수도 있고.
잘 모르겠다. 나는 스스로 정이 많고 살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내면은 그렇다. 나는 인간의 좋은 면을 깊이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쪽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쌀쌀맞은 사람은 아니다. 혼자만의 세계에 시도 때도 없이 깊게 빠져버려서 친절한 사람의 얼굴을 잠시 잊을 뿐인 사람, 그 정도면 얼추 비슷한 묘사이지 않을까. 세상이 생산해 내는 정보는 어마어마하고 나는 그걸 처리하는 속도가 다소 느린 얼빠진 인간일 뿐이다.
새해에는 좀 더 어른의 얼굴로 어른의 표정으로 살고 싶다.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긴장감을 늦추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