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적지 않은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스스로 '나, 늙고 있네'라고 느끼는 경우는 신기하게도 거의 없다. 사람들은 보통 몸의 감각으로 나이 듦을 느끼는 것 같다. 어딘가 둔해지고, 아픈 데가 늘어가거나 관절 유연성이 떨어지게 되는..?
나는 어릴 때 이미 건강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신체의 측면에서 에이징 커브는 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모든 세상사가 이처럼 양면적이다. 어이쿠, 일찍 바닥을 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감사 인사라도 올려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듦을 느낄 때가 있긴 하다.
지난달인가, 말로만 들었던 베스트셀러 "혼모노"를 교보에 가서 선 자리에서 읽었다.
흡입력 있는 전개. 있는 힘껏 집중해서 읽었음에도 그 책이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낯설고 따라가기 힘들었다.
어느 외국 작가들보다 더...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왜 이렇게 이 글은 낯설게 느껴질까?'
나도 모르게 이런 답이 튀어나왔다. '이건 내가 나이가 들어서다.'
작가인 성해나 씨는 94년생. 나와 한 세대가 차이 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어느새 이런 스타일의 글이 조금 불편해진걸까.
나이가 들고 있다는 것,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
그것에 조금 의기소침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대부분은 나와 백 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진짜 좋은 것들은 시간을 뛰어넘는다.
성해나 씨의 글이 나에게 생경했던 것은 비단 나이의 문제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녀의 감성의 결이 나와 달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신경숙의 글이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할지도. 우리는 그저 어딘가 서로 맞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다.
오늘도 1912년생 아저씨의 글에 눈물이 핑 도는 걸 보면,
나이, 세대, 그까짓 게 뭐가 중한디.
그러니까, 씩씩하게 계속 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