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우리는 언제나 잊힌 것을 그리워한다.
서점에는 종이 특유의 냄새가 난다. 오래된 종이 냄새와 이제 막 서점에 도착한 종이 냄새가 은근하게 조화를 이뤄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그런 냄새. 처음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산 것은 중학생 때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부모님께서 선정해주신 전집을 주로 읽었다. 처음 들어간 서점은 노란 불빛에 책 먼지가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느낌의 동네 서점이었다. 서점 아저씨는 항상 팔토시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책방 아저씨와 나는 곧 친구가 되었다. 책 한 권을 고르며 몇 시간씩 이것저것 묻는 내가 성가셨을 법도 한데, 늘 웃으며 대답해 주셨다. 하지만 동네 서점은 IMF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아직도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노란 불빛의 서점이 그립기만 하다.
어떤 책은 맛만 볼 것이고,
어떤 책은 통째로 삼켜버릴 것이며,
또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베이컨-
대형서점도 그 서점만의 특유의 방향제 향기가 있다. 늘 깨끗하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다. 여러 종류의 문구도 구경하며 함께 구입할 수 있고,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포인트 적립도 받을 수 있고, 10%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베스트셀러는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순위별로 정리되어 있다. 대형서점은 책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책이 보여주는 세계 또한 일목요연하다. 많은 책을 보유하고 넓고 쾌적한 주차 공간 또한 제공한다. 대형 서점의 장점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대형 서점의 체계는 획일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다. 많은 책들이 경쟁적으로 팔려나가 순위가 바뀌고 그에 따라 책의 위치가 바뀐다. 책의 트렌드는 알 수 있지만 그것이 서점의 유일한 돌파구는 될 수 없다.
독서만큼 값이 싸면서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없다
-몽테뉴-
큰 대형서점 시장에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독립 서점들이 나타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처음 서점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간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은 중학생의 내가 되살아 난다. 그때 그 노란불 빛의 서점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판매량이 아닌 주인장들의 시선으로 개성 있게 책을 선별하고 배치하고 판매한다. 독립서점은 꼭, ‘독립출판물을 만날 수 있는 서점’에 국한되지 않는다. 주인장 취향에 따라 개성적인 공간과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선택한 책을 닮은 엽서나 볼펜, 뱃지, 스탬프와 같은 물건을 제작해 선물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하고, 포장을 예쁘게 해주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대형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서와 색깔을 보여준다.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여름 장마가 시작되기 전 아슬아슬하게 무계획 제주도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친구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맛집이나 가봐야 할 곳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많은 댓글들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독립서점”이었다. 그렇게 제주 여행의 테마는 독립서점 탐방이 되었다. 제주도에는 독립서점 지도가 있다. 독립서점 지도를 가진 제주도가 부러웠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독립서점 지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러우면 하면 된다. 전라북도 독립서점 지도를 만들어 보자.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이란,
읽기 전과 읽은 후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이는 책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 독립서점 주인장들에게 공통적으로 할 질문 >
독립서점을 설립한 이유
독립서점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
독립서점의 차별화 정책
독립서점 주인장의 꿈
내가 탐방할 독립 서점은 극히 주관적으로 선정된 곳이다. 매주 남편과 함께 데이트하듯 사드락 거리며 독립서점을 사랑하는 사람의 눈으로 온 애정을 담아, 중심 따위 잡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쓸 것이다.
전라도는 14개의 시와 군으로 나뉜다. 각 시와 군에서 가보고 싶은 독립서점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철저히 주관적으로 선택해 매주 한 지역씩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아침 일찍 출발하거나 독립서점이 근처에 있다면 두 곳 이상 방문하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내가 만든 전라북도 독립서점 지도를 완성해서 언젠가 전라북도를 방문할 방문객들이 이 지도를 보고 독립서점도 한 번씩 들러주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독립서점 여행을 통해서 내 마음 깊은 곳의 나 자신을 만나보길 기대한다.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한비야-
우리는 언제나 잊혀진 것을 그리워한다.
요즘 같은 팍팍한 시대에는 더욱 그리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