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독립서점 여행 - 군산 <마리서사>
박인환 시인이 운영했던
마리서사를
재해석한
군산의 독립서점
군산은 ‘이성당’의 팥빵과 야채빵,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초원사진관, 일본식 가옥, ‘한일옥’의 뭇국, ‘타짜’의 중국집 빈혜원, 그리고 칼칼하고 야무진 짬뽕이 유명하다.
벌써부터 침이 고이고 멋지게 사진을 찍어 별그램에 올리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안다, 그 마음. 나도 그랬으니까.
이 모든 것들을 제끼고 천천히 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면 전통가옥을 개조해 만든, 보기만 해도 눈물을 왈칵 쏟을 것 같은 정겨운 서점이 눈과 마음에 가득 찬다. 고구마 한 광주리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스토너> 노란색 포스터가 반가워 기분이 좋았다.
군산 ‘마리서사’는
바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안식처가 되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거슬러 1940년
마리서사를 재해석 해
복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삶의 안식처를 갖는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어느 시대를 살던 어떤 삶을 살던 누구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어 놓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탁 트인 바다가 될 수도 있고, 목청껏 노래 부를 수 있는 노래방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숨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산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서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느껴지는 포근함과 세상 어떤 디퓨져도 따라올 수 없는 책 냄새가 나의 안식을 책임진다.
정이 느껴지는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른쪽에 ‘나에게 책이란???’ 코너가 눈길을 끈다. 책에 대한 정의는 누구에게나 있겠고 같은 단어로 표현해도 그 단어에 함축된 의미는 세계 70억 사람들 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나에게 책이란
나침반이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내가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는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땐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딱 맞는 책이 선물처럼 다가온다. 내 마음을 부드럽게 보듬어주는 와인처럼 막힌 속을 뻥 뚫어 주는 생맥주처럼 차곡차곡 쌓은 화를 크~ 하고 날려줄 소주처럼 책은 나를 알아주고 해결책을 ‘옛다, 받아라’하고 주지 않고 천천히 내 안으로 스며든다.
입구 왼쪽에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예쁘게 큐레이션 되어 있다. 책방지기님의 책 고르는 센스가 남다른 것 같다. 어쩜 저렇게 예쁘고 좋은 책을 고르셨을까? 마음 같아선 모두 집어 들고 와서 우리집 서재도 이렇게 꾸며 놓고 싶다.
그림책은
어린 시절 나를
다시 꿈꾸게 한다.
독립서점을 설립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책방지기 : “독립서점이라는 단어보다는 동네서점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잘하는 분야가 책이라서 편집자 생활을 정리하고 작은 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독립서점이라는 말보다는 ‘동네서점’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는 책방지기님의 말이 정겹다. 내가 중학교 때 처음 조심스럽게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갔던 동네 서점의 느낌이 되살아 난다. 밤이 되면 노란 불빛으로 사방을 밝히는 ‘마리서사’는 추억 속의 서점을 소환한다. 그리고 마음은 더없이 따뜻해지고 안식을 취한다. 안식처를 제공하고 싶었다는 책방지기의 마음이 통했다.
군산의 작가 채만식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고등학교 때 수능 준비를 하면서 수도 없이 들었고 읽었고 문제를 풀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다. 결혼을 하고 군산에 정착하면서 채만식 문학관에도 가보고 그의 생가인 임피도 들러 보았다. ‘마리서사’에서 그의 책과 책을 소개하는 글귀를 보니 더욱 반가웠다. 서점 한켠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소품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흰색과 검정색 고무신을 보며 베시시 웃어본다. 소소함이 주는 위로와 공감이 오히려 마음에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페미니즘(feminisum)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한다는 견해를 말한다. 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싫다. 그 단어의 존재 자체에 차 별과 혐오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와 남자,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페미니즘과 같은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 동안 유교적 이념에 찌들어 있다. 그래서 행해지고 있는 상황이나 행동들이 차별적인지조차 인지하기 힘들다. 먼저, 무엇이 차별인지, 어떻게 차별이 진행되고 있는지,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이 차별적인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알아야 노력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의식해야 한다. ‘마리서사’는 페미니즘과관련 된 책을 소개하는 부분을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책방지기님이 앞으로도 페미니즘에 관심을 유지하며 좋은 책을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어본다.
페미니즘,
무의식을
의식화 하기!!
독립서점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있나요?
책방지기 : “출간된 지 오래되었지만 좋은 책,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책, 새로 나온 책 중 좋은 책을 찾고, 그것을 주문하고 , 소개하는 일에 가장 주력하고 있습니다.”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을 물어보자, 온통 책 이야기뿐이다. 오래되었지만 좋은 책,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책, 새로 나온 책 중 좋은 책을 소개하고 싶다는 책방지기님의 “좋은”의 기준을 알고 싶다.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고 더 깊이 알고 싶어 진다. 방문한 날이 책이 들어와 정리하는 날이라고 했다. 내가 생각한 책방지기는 우아하게 앉아 책을 읽으며 책을 사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한껏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때론 그런 시간도 가질 수 있겠지만 일용직 노동자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책방지기님에게 정이갔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 했지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뜨끔하기도 하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기도 했던 문구다. 넘 귀엽지 않은가? 어디서 구했는지 나도 갖고 싶다. 서재에 붙여놓으면 좋을 것 같다. 책을 많이 사는 편이다. 사놓으면 언젠가는 읽는다는 생각에서다. 읽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책, 예쁜 책이 너무 많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책이 서재에 쌓일지 궁금하다. 책탑을 쌓고 있자면 부자가 된 것 같다. 저 책들을 다 읽고 나면 뭔가 나의 삶이 달라져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앞선다.
독립서점의 차별화 정책이 있나요?
책방지기 : “차별화를 고민한 적은 없어요.”
우와! 책방지기님의 대답에 입이 쩌~억 벌어졌다. 차별화를 고민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내는 자부심이 멋지다. 흐름에 몸을 맡기면 조금 쉽게 갈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런 흐름을 생각하지 않고 책방지기님이 생각하는 좋은 책으로 승부하는 모습이 조용하지만 강한 승부사 같았다. 진정한 승부사는 이런저런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어쩌면 책방지기의 그런 마음 자체가 ‘마리서사’의 차별화 정책이 아닐까 한다.
‘마리서사’에서 구입한 굿즈. 마스킹 테이프와 너무 예쁜 에코백이다. 군산과 연관된 다른 물건들도 있었지만 오직 ‘마리서사’를 상징하는 굿즈를 갖고 싶었다. 이쁘다. 마스킹 테이프는 어디에 붙여 놓아도 인테리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마리서사’ 에코백은 내 책상 앞 게시판에 걸어 놓았다. 한쪽 손에 책을 들고 패션을 완성시키는 우리 모두를 꿈꾼다.
패선의 완성은
손의 “책”!!
책방 지기님의 꿈은?
책방지기 : “오래도록 책방을 운영하며, 책방에서 책을 많이 읽고 싶습니다. 오자 책을 고르고, 고른 책을 읽는 시간을 정말 좋아합니다.”
오래도록 책방을 운영하며 책을 많이 읽고 싶은 것이 책방지기의 꿈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샀으면 좋겠다. 매출이 올랐으면 좋겠다.’와 같은 대답을 기대했다. 독립서점이 아니 서점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월세를 내기도 힘들다는 소식은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안타깝고 아쉬워 독립서점 탐방기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더 오래 좋은 책을 읽고 싶다는 책방지기님의 생각을 응원한다.
군산을 생각하면 짬뽕과 이성당 빵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독립서점을 먼저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이 ‘마리서사’를 방문하고 인증 사진도 찍고 책도 구입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도 더 많이 찾아 책방지기와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좋은 책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
‘마리서사’ 책방지기와 같은 분들이 더 힘을 얻어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책이 주는 질감과 느낌 그리고 책 냄새가 주는 그 포근함과 따뜻함을 많은 사람이 느끼고 함께할 수 있길 기대한다. 힘들고 지치는 일상의 안식처를 자처하는 ‘마리서사’와 함께 더 근사한 책의 미래를 꿈꿔본다.
책이 없는 집은 문이 없는 가옥과 같고,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도 같다.
-키케로-
대형서점에는 없고 “마리서사”에는 있는 것은 ‘책방지기님의 소신”이다. “오래되었지만 좋은 책,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책, 새로 나온 책 중 좋은 책” 책방지기님의 가치관을 느낄 수 있는 소신 있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