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독립서점 여행 - 임실 < 티움 > ;주말여행 갈만한 곳
깊어지는 가을, 울긋불긋 단풍놀이도 하고 싶고 책장에서 간택되기만을 기다리는 책도 읽고 싶은 계절이다. 높고 푸른 하늘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갔던 여름 바다의 바람처럼 푸르고 싱그럽다. 이런 가을의 유혹을 떨치고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은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책도 맘껏 읽고 싶고 탁 트인 호수도 바라보며 좋은 차도 마시고 책까지 읽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심장이 좀 나대도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오늘 소개할 두 번째 독립서점 임실의 <티움> 가는 길입니다. 서점 소개하는 것 맞냐고 물어보고 싶으실 거예요. 맞습니다. 서점. 들어가는 입구부터 심상치 않죠? 벌써부터 심장이가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입구가 이렇게 멋진데 서점은 또 얼마나 멋있을 까요? 백문이 불여일견. 들어가 보겠습니다.
독립서점을 연 이유는?
책방지기 - 2020년 4월 책방 문을 열었어요.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서울에서 정읍으로 귀촌을 하면서, 그간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생겼어요. “하루”는 찻집이에요. 제가 귀촌을 결심한 후, 하루의 주인장님께서 하루의 일부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해보라며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하루의 주인장님의 배려로 저는 하루에서 결혼식도 올렸어요.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은 모든 지친 사람들이 꿈꾸는 여유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안 된다지만 좋은 기회에 이렇게 좋은 공간이 생겨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귀촌하신 지기님의 표정은 정말 온화해 보였다. 책방이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자주 가서 지기님과 차도 같이 마시고 책 이야기도 할 수 있는 동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로 가린 얼굴에서 빛나는 순수한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조만간 다시 찾아가 차 한잔 하자고 조르고 싶다. 귀촌을 결심한 책방지기님도 그런 지기님에게 뭐든 해보라며 멋진 공간을 선뜻 내어주시며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하루의 주인장님도 자연을 닮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이렇게 확 트인 마당이 나온다. 절로 탄성이 나오는 경관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차 향기가 은은하다. 이런 자연환경에 은은한 차향기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린다 싶을 때 오른쪽으로 몸을 조금만 틀면, 자연을 벗 삼아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처럼 즐거운 날씨를 즐기며 가을의 친구 책까지 포기하지 않은 안성맞춤 공간이다.
티움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있나요?
책방지기 - 티움은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하루’를 모티브로 문을 열었어요. 그래서 차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난 5월에 하루에서 재배하는 찻잎을 수확해서 차로 만들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9월부터는 ‘다독다독’ 구독 서비스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에요. 그리고 차와 책에 대한 이야기가 쌓이면, 책으로 엮어볼 계획도 갖고 있어요.
다독다독 프로젝트에 가입을 해봐야겠다. 책방지기님께서 어떤 책을 골라 선물해 주실지 또 차는 어떤 차를 보내주실지 매 달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던 설렘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일 년에 12번의 크리스마스를 꿈꿀 수 있는 기회 놓치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도 놓치지 말아요.
책방지기님 남편분이 건축가라고 한다. 그래서 서점 한편에 건축 관련 서적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티움의 색깔과 어울리는 차와 커피에 관한 책들이 전시되어있다. 부러운 마음은 안 비밀.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남편이 좋아하는 책을 서점에 배치해 놓고 바라볼 흐뭇한 표정이 그려진다. 책방지기님과 어울리는 차에 관련된 책을 모셔올까 하다가 요즘 핫한 책 “보건교사 안은영”을 모셔왔다. 책을 정성스럽게 다루어 포장을 하고 종이가방에 넣어 건네주셔서 그런지 책의 가치가 더 커지는 것 같았다. 같은 물건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이렇게 책을 소중히 다루시는 분이라면 평소 책을 얼마나 사랑하실지 알 것 같아 마음이 더 포근해졌다.
앞으로 나는 ‘보건교사 안은영’ 책을 볼 때마다 티움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독립 책방과 그 지기님들 그리고 그 서점에서 산 책들이 쌓일수록 추억이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햇빛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으고, 색깔을 모아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줬던 “프레드릭”처럼 언젠가 이 소중한 추억들을 한켜 한켜 벗겨내어 함께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는 나를 아니 또 다른 프레드릭을 기대해 본다.
서점에서 가장 넓은 비중을 차지하는 어린이 공간. 책방 지기님이 아이를 키우고 계셔서 그런지 그림책 배치에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다. 방문한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둘러앉아 동화책을 보고 깔깔대고 웃고 있었다. 티움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보며 웃어도 장난을 쳐도 눈치보지 않는다. 엄마 아빠와 같이 와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여서 좋았다. 함께 간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을 발견하고 정겨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며 읽었다.
그림책은
우리를 어린아이로 만들었다가
지혜를 얻은 어른으로
돌려놓는 재주꾼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 그림책은
나를 살찌우고 성장하게 한다.
티움 책방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 정책이 있나요?
티움 지기님 - 책을 구매하는 분들께는 하루에서 재배한 찻잎으로 만든 티백을 선물해 드립니다. 할인이나 적립은 재방문율이 높은 도시에서나 가능할 것 같아서 차를 마시며 책 읽으시라고 고안해 낸 방법입니다. 기념이 되기도 하고, 저희가 해마다 하려고 하는 차 만들기 프로젝트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것 같아서요. 책방에서 판매하고 있는 굿즈는 지역의 아마추어 작가들이 만든 작품들입니다. 책방에서 판매가 많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님들이 보람을 느끼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판매하고 있어요.
서울에서 귀촌한 깍쟁이 새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공감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다음 방문 때에는 책과 함께 예쁜 굿즈도 골라봐야겠다. 책방지기님께서 선물로 주신 차와 함께 책을 읽고 있는 나는 몰디브에서 모히또 한 잔 하는 것만큼이나 들뜨고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책방이다. 서점에 옹기종이 앉아 그림책을 읽던 아이들은 마당으로 나가 뛰어놀기 시작했다. 덕분에 책방은 고요하고 조용해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했던 책방도 좋았지만 아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는 고요함이 밀물처럼 밀려와 평화로움을 선물했다. 이런 곳에서라면 하루 종일도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이 번 주말에 가고 싶은 곳 리스트에 올릴 것이다. 뭐 하고 있어요, 어서 주말에 여행하기 좋은 곳 리스트에 올리지 않고. 자연과 책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여기 있다고요.
티움 지기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티움 지기님 - 제 꿈은 월세를 내는 것입니다. 지금 책방의 공간은 하루 대표님의 지원으로 무상으로 대여해서 사용 중입니다. 어느 정도의 수입이 생겨야 월세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책방이라고 하면 뒷걸음치지 않고 손님들이 많이 와주었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도 들어가면 사야 되니까 나오라고 소리치는 부모님들도 많거든요. 책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월세를 내는 것이 꿈이라는 지기님의 말이 뭉클하다. 오랜 시간 책방지기를 하던 선배님들도 어려워하는 시기다. 문을 닫는 서점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이제 시작한 지기님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얼마나 열심히 책방을 운영할지 알 것 같다. 새롬지기님, 파이팅!!
티움 책방지기님처럼 이제 시작하는 독립서점 지기님들에게는 조금 과하다 싶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 길을 더 오래 걸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차향기가 주는 따뜻함 그리고 지기님의 싱그러운 미소를 더 오래 함께 느낄 수 있길 소망한다. 느리고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지치고 힘든 마음을 위로받으며 더 찬란한 책의 미래를 함께 꿈꿔보자. 그리고 티움이 그 찬란함에 힘을 더할 수 있길 바란다.
독서의 기쁨을 아는 자는
재난에 맞설 방편을 얻는 것이다.
-에머슨-
대형서점에는 없고 티움 서점에는 있는 것은 ‘투투투투’ 비 오는 소리를 듣고, ‘사그락사그락’ 눈 오는 것을 보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봄의 정령들이 새싹을 틔워내는 것을 함께하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차와 함께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 티움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것은 지역 주민까지 걱정하는 서울 새댁 지기님의 따뜻한 마음과 예쁜 웃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