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호텔에서 일어나
체 게바라 공장에서 시가를 사고
카스트로 커피농장에서 사진을 찍고
마오쩌둥 카페에서 럼주를 마시며
호찌민 거리의 늙은 기타리스트에게 동전을 던지는
자본주의자 보통 씨는
담벼락에 페인트로 주소를 쓴
언덕 위 판자촌 사람들을 사랑한다
게으르고 무능력하여
보통 이하로 사는 사람들은
인간 자격 미달 노예들
노예의 피로 건설한 자본의 도시에서
두둑한 연봉을 챙기는 보통 씨는
노예의 노동과 가난이 고맙고
노예자본주의가 더욱 고맙다
고마운 노예들을 위하여
대형마트에서 싼 수입 옷을 사주고
난민을 돕는 햄버거를 먹어주고
물 부족 국가를 돕는 맥주를 마셔주며
휴가철마다 노예의 나라로 날아와
돈을 뿌려주는 일은
보통 씨의 특권
양심적인 자본주의자 보통 씨는
기쁨을 오래 누리기 위해
실력과 수입은 비례한다는 규칙을 깨고
합리적인 이 체제를 위협하는
세습 재벌과 부패한 정치 관료를 경멸하여
세기의 혁명가들과 더불어
혁명을 소비한다만
불쌍하게도 보통 씨는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구조조정 대상자 명단을 아직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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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보통 씨의 특권} 수록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