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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Mar 07. 2021

그 밤 | 이진우 시인



별이 딱 하나만 보이는 골목이었나요 

막다른 골목이었나요 

갈라진 기와 틈으로 

달맞이꽃잎 지고 있었나요 

꽃잎이 줄기를 밀며 떨어질 때 

마음에 노란 멍이 들었다고 했던가요 

멍이 별 모양 문신으로 새겨졌다고 했던가요 

문신이 사랑스럽다고 했던가요 

사랑에 취해 춤을 췄다고 했던가요 

춤이 어지럽다고 했던가요 

어지러워도 행복하다고 했던가요 

행복이 낯설다고 했던가요 

낯설어서 두렵다고 했던가요 

두려움에 떨린다고 했던가요 

떨지 않게 꼭 안아달라고 했던가요 

꼭 안고서 어둠이 되자고 했던가요 

어둠으로 밤이 되자고 했던가요 

밤이 되어 별을 밝히자고 했던가요 


별이 보이지 않는 골목 

달맞이꽃 진 자리 

멍 든 마음에 

아무도 모르는 

어둠이 되고 

밤이 되어도 

좋은 밤이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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