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이 내 머리를 흔들었다

by 이나경

ㅇㅇ대교의 난간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그곳을 오르는 상상을 하다가

이성이 내 머리를 흔들었다.


나는 난간 너머,

강물 위로 흩어진 하얀 포말에

일부러 눈길을 돌리며

애써 ‘괜찮다’라는 말을 찾아냈다.

참아냈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차가워서 좋았다.

그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눈물을 한 번 쏟고 나니

더 울 것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걸음을 옮기는 게 나인지

그저 다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난 이 년 동안

제대로 걸어본 적도 없던 내 두 다리는

나를 구하려는 것처럼

대교를 점점 벗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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