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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ul 12. 2021

[작문연습166] 통일부 폐지

- 좋은 말로 물어도 거친 답변이 오는 게 세상의 풍경

 싸우자고 달려드는 사람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갑자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제1 야당 대표의 이야기다. 이준석 대표는 수명을 다한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를 없애서 세금을 아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투에는 공격적 태도가 서려 있었다. 자극에는 항상 반작용이 따르기 마련이고, 해당 발언 이후 이 대표를 향해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강한 반발에 ‘저렴한 언어’와 ‘인신공격’이라며 재반박을 하고 나섰다.


 공격적인 어투로 상대를 도발하면서도, 고운 언사의 반박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좋은 말로 물어도 거친 답변이 오는 게 세상의 풍경이다. 이 대표는 반대자들의 공격적 태도 때문에 건설적 논의가 이어질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하겠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사람은 이 대표다.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 이들의 입에서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따위의 친절한 물음이 나올 리는 만무하다.


 이 대표 본인도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 주장이 무리수라는 점을 알기에 공격적 언사로 건설적 논의를 회피했는지 모른다. 이 대표의 말마따나 보수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하지만 작고 크고의 차이는 주관적이고, 유권자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대표가 여가부와 통일부만을 골라 거론한 이유에는 두 부처에 대한 반감에 더해 2030세대 남성들과 전통적인 지지층에 소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점증하는 젠더갈등과 끊이지 않는 북한의 도발이 두 부처를 없애야 할 주된 근거다. 두 부처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거지는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부처를 없앤다면, 집값을 잡지 못하는 국토교통부가 폐지 목록의 가장 상단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 여가부나 통일부를 없애는 것보다 세금도 훨씬 더 많이 아낄 수 있을 것이다. 가계 부채가 GDP 대비 100%를 훌쩍 넘기는 상황이니 기획재정부의 존폐도 모를 일이다.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라져야 할 만큼 쓸모없는 정부 부처는 없다. 여가부를 없애야 한다면, 여가부의 불필요함을 증명하는 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 같은 이유로 통일부가 청와대와 국정원의 보조적 역할에 불과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논리를 중시하는 여당 대표의 성향상 다양한 근거를 생각해뒀을 것이다. 평소처럼 더 정치한 주장을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정치권에서 이러한 다툼 예삿일에 불과하다. 근거는 미약하고 주장만 앞선 말들이 충돌하는 곳이다. 확증편향의 시대이니만큼 지지층에 부응할  있는 주장이라면 근거조차 필요 없어졌다고 여기는 이들이 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정치를 표방하고 나온 30  대표가 구태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듯한 근거와 함께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를 주장할 그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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