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짐이 달라지면 영어단어를 잘 외울 수 있다
나의 직업을 아는 사람들은 나를 보면 쉽게 아이들의 영어 문제를 묻는다. 오랜만에 들른 치과에 원장님이,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실은 애정이 하나 가득 느껴지는 눈빛으로 귀한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말씀을 이어가시면서도 한편 걱정이 많이 되시는 눈치였다. "우리 아들은 공부를 너무 싫어해요. 공부가 아닌가 봐." 하시더니, "아니 글쎄 영어 단어를 아침에 외운 것을 기억을 못 해요." 매일 10개의 단어를 외우게 하신다는데 그 10개가 저녁즘에는 잊혀져 있다는 거다. 그 이야기를 하시며 고개를 떨구신다.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아! 원장님! 원래 그래요. 어떻게 기억을 다 해요?" 대치동에서만 18년이다. 그야말로 최상위권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를 보아온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원장님은 갑자기 멈칫하신다.
"에이 10번 까먹는다 생각하고 시키세요. 아직 암기하는 힘이 안 생겨서 일 수도 있어요. 힘이 생기면 다 돼요. 그때까진 그냥 반복한다 생각하시면 돼요." 그리고 덧붙여 말씀을 드렸다. "아이에게도 '원래 그런 거다. 천천히 해라. 다시 해 보자.' 그렇게 이야기해 주세요. 괜히 아이가 '나는 왜 안되지?'라고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받고 그러면 공부에 쓸 에너지만 뺏기는 거죠 뭐. 반복하면 다 되게 되어있어요."
나는 운동을 참 늦게 배웠다. 서른이 넘어 운동을 처음 시작했고, 그래서 고생을 많이 했다. 세게 운동을 하지 않아도 잘 다쳤고, 그 다지 무겁지 않은 덤벨을 들고도 인대가 늘어났다. 뭐 요령이 없어서 이기도 했을 거고, 힘이 없어서 이기도 했을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워낙 움직이는 것을 싫어했으니 어떻게 내 몸을 움직이는지를 몰라 일어난 일이었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해 본 적 없는 일은 뭘 해도 어색하고 한 번에 잘하기가 쉽지가 않다. 아이가 영어 단어를 잘 못 외운다고? 가르치면서 이런 학생들 종종 만나게 된다. 가끔은 놀라운 암기력을 갖은 아이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마음이 달라지고, 시간을 견딜 줄 알면 누구라도 영어단어즘은 외워 볼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학생에게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학생 스스로든 이렇게 말해 주길 권한다.
첫 번째, "그렇구나. 잘 안 외워지는구나. 원래 그래. 다시 해 보자." 하는 거다. 이게 참 별거 아닌 것 같은 말인데, 안도감을 주는 것 같다. 중학생이 돼서 시험은 봐야 하고 마음은 급해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찾아오는 학생들을 종종 만난다. 하나같이 마음이 급하고 긴장도 되어 있는 상태이다. 긴장은 공부에 필요하다. 긴장을 해야 집중도 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마음이 흩트러 지기 시작하면 공부에 집중이 어렵다. 그럴 때 해 주면 좋은 말이다. 나의 부족함에 초점을 두지 않고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말이다.
두 번째, "하다 보면 늘지. 다 되게 되어 있어."라는 말이다.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한 말이다. 앞서 말했든 우리가 다 경험했듯 힘은 한 번에 늘지 않는다. 운동을 해도 한 번에 근육이 생기지 않듯 암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시간을 가지고 반복해 보면 암기도 느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영어단어 암기를 잘하고 싶으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 걸음씩 가면 그만이다. 한 걸음씩 하면 목적지에 도달해 있듯 단어 암기도 그렇다. 연습이 시간을 두고 쌓여야 암기라는 것도 는다.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마음가짐 하나로 큰 일을 해내기도 하고 큰 결정을 바꾸기도 한다. 마음은 관점을 새롭게 할 때 달라지고 결과도 다르게 한다. 역시나 영어공부에 있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