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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Nov 01. 2023

식탁토론-스마트폰 과연 필요한 것인가?

“엄마~~이제 D-45!!“


며칠째 아침이면 울려퍼지는 세상 밝은 딸아이의 목소리이다. 스마트폰 개통까지 남은 시간 D-45. 이제 45일 남았나보다.


5학년 남매둥이들은 아직 스마트폰이 없다. 중학교 입학할 때까지 사주지 않겠다는 지들 엄마의 교육관이 워낙 확고하다. 잘났다, 정말. 그 잘난 엄마가 바로 나다. 이 집 엄마 좀 유별나보인다면 생각을 좀 해보자. 코로나로 2년 가까이 집에만 있었고, 학원 뺑뺑이를 도는 애들도 아니며, 학교 마치고 족히 10분이면 집에 도착인데 스마트폰이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인가? 조목조목 맞는 소리만 하는 지들 엄마에게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남매는 아직도 소원을 이루지 못한 상태다.

“남들 다 있으니 사주라는게 아니라 요즘엔 학교 수업에서도 필요하다는 데 좀 사줘라.”

아이들이 안쓰러워 아이들 편을 들어준다고 시어머님이하 친인척들이 기껏 내놓는 이유이다.


완전히 동의할 순 없지만 요즘 초등학생에게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나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5학년이 되고보니 가정통신문은 모두 모바일로 발송되고, 아이들이 접속해서 해야하는 설문조사들도 있고 심지어 학교 수업시간에도 각자 검색, 조사하여 모둠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면식도 없는 스티브잡스의 일화까지 들먹이며 2년정도는 더 버틸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이유는 아이들의 학교에선 수업시간에 따로 학교 태블릿을 빌려주고, 모바일 알림장의 아이용 아이디도 따로 만들어주는등 딱히 불편하지 않게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6학년땐 스마트폰을 줘야겠구나’ 라고 생각을 바꾸게 된건 지난 1학기 현장체험학습때부터였다. 1학년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가게된, 그것도 놀이동산으로 가게된 현장체험학습이었다. 그.런.데. 준비물에 핸드폰이 있는 것이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모둠별로 시간마다 사진을 찍어 선생님께 인증 사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둠인증이다보니 둥이들은 모둠장들의 폰으로 인증을 하면 간단한 일이었다. 아들반에서 하필 핸드폰 없는 두녀석이 한 모둠이 되기 전까진. 놀이기구 못타는 친구와 모둠을 해주기 위해 어쩔수 없었다며 자기반의 배려와 양보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아들의 길고긴 사연안에 이 상황을 어찌 해결해야 좋을 지 고민할 엄마와 선생님에 대한 배려는 1도 없었다. 선생님의 여분의 폰을 사용하는것으로 마무리된 이 에피소드는 우리집에 변화를 일으킬 한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되었다.


출처 : 픽사베이


생각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불편한 마음을 설득하기위해 우리는 ‘초등학생에게 과연 스마트폰이 필요한것인가‘ 라는 주제로 토론하기 시작했다.

“너희한테 스마트폰이 왜 필요한것 같아?”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게임할라고!” 아들이 대답했다. 아, 이런. 괜히 물어봤다. 그럼 그렇지. 네가 그렇게 말할줄 알았다. 입으로 튀어나올뻔한 속마음을 누르며 다시 질문했다.

“게임은 집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도 할 수 있는데?”

아들의 대답이 완벽한 오답이었다는 걸 눈치챈 딸아이는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음…… 엄마랑 연락할라고?” 역시. 눈치 100단.

“맞아. 스마트 폰은 말그대로 전화야. 엄마는 어떤 물건이던 원래의 용도는 알고 써야한다고 생각해. 그동안은 엄마랑 거의 같이 있으니까 필요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너희한테도 핸드폰이 필요해진 것 같아. 너희 생각은 어때?”

“우린 당근 좋지!! 언제부터?” 세상 신난 아이들이다.

그날의 토론은 여전히 새것 같은 엄마 아빠의 예전폰을 개통하여 12월 아이들의 생일에 주기로 마무리되었다. 내 폰이 생긴다는 기쁨때문인지 아이들은 스스로 그때까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잘 조절하며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매일 디데이를 세며 그 설레임을 한껏 즐기고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이 아이들이 갖고싶은 걸 지금 바로 사달라고 조르는 대신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어른도 힘들다는 스마트폰 조절을 하겠다고 말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둥이들이 어렸을때만 해도 유모차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고 터치하는 아이들을 스마트 베이비라고 부르며 잘한다 잘한다 칭찬아닌 칭찬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 색종이와 색연필을 이고지고 다니며 아날로그 감성으로 육아하는 내게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들 바보만든다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때의 스마트베이비들이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며 대부분의 집에선 아이들과 부모들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지금 이시간에도 전쟁중인 집이 있을것이다.


우리집 역시 스마트폰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하던 시절부터 꾸준히 고개를 드는 핫이슈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조건 “너희가 그게 왜 필요한데? 안돼!” 라고 말하던 엄마가 “스마트폰이 있으면 뭐가 좋을까?” “어떻게 하면 스마트 폰을 잘 쓸수 있을까?” “너희 생각은 어때?”라고 질문을 하는 엄마로 달라지며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을뿐이다. 아이들도 스마트폰의 장단점에 대해선 충분히 알고 있다.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역시 잘 알고 있다. 다만 아무도 아이들에게 묻지 않았을 뿐이다.




하브루타는 질문하는 것이다. 답이 정해져있는 질문도 아니고, 어려운 질문도 아니다. 그저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는 질문이면 된다. 또한 하브루타는 경청이다.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고 그 대답을 판단하고 점수매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존중해주는 것이다. 하브루타를 한다고 아이가 하루아침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진 않는다. 소리지르고 지시와 명령어를 일삼던 엄마가 갑자기 조곤조곤 우아하게 질문하며 아이를 다독여주는 미드속 엄마처럼 변하는 것도 아니다. 하브루타 3년차. 질문하는 엄마도 질문받는 아이도 여전히 미숙하고 우당탕탕 엉망진창이지만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



얘들아, 스마트폰 생긴 후에도 엄마랑 식탁토론 빼먹지 말기다.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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