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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큐 구이

타향에서 만난 고향의 맛

by 이미숙

이민 와서 처음으로 한국 마켓에서 장을 보던 날이 떠오른다. 요즘은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대형 마켓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작은 구멍가게 수준의 마켓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대로 한국 식재료들이 갖춰져 있었고, 기본적인 장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먼 타국에서 고향의 식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마켓을 둘러보며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해도, 한순간에 입맛이 변할 수는 없었다. 미국 마켓에서도 비슷한 식재료를 찾을 수 있었지만, 고향의 맛이 그리워 매주 한국 마켓을 찾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LA갈비였다. 한인 마켓에서 직접 썰어 판매하는 이 고기는 한인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 품목이었다. 서울에서는 삼겹살이 더 대세였지만, 미국에서는 원조 LA갈비가 우리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바비큐 파티의 필수품이었고, 가족들과 함께 구워 먹는 즐거움이 컸다.


특히 가격과 신선도 면에서 서울에서 먹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미국에서 먹는 LA갈비는 품질이 뛰어났고,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온 가족이 삼겹살보다 LA갈비를 더 자주 먹었던 이유였다. 또한 미국 마켓에서는 소꼬리나 소뼈 같은 부속 고기가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매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한국에서는 쉽게 먹기 힘들었던 탕이나 국물 요리도 자주 해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한국 음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부담 없이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아쉽다. 그런데도 주말이면 빠질 수 없는 가족 바비큐 파티의 중심에는 언제나 LA갈비가 있었다. 한인들 모임이나 행사에서도 LA갈비 바비큐는 항상 최고의 인기 메뉴였고, 미국인들조차도 한 번 맛보면 빠져들었다.


LA갈비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지혜가 담긴 요리였다. 뼈에 붙은 살을 먹기 좋게 썰어 구워 먹는 방식은 한국인 특유의 창의성과 실용성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주말이면 한인 마켓에서는 LA갈비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만큼 이민 생활에서 한국 마켓은 단순한 장보기 장소가 아니라, 위로가 되는 공간이었다.


요즘은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 음식도 자연스럽게 유명해졌다. 불고기 역시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불고기를 처음 맛본 외국인들은 대부분 그 맛에 반해 다시 찾았고, 때로는 양념갈비나 불고기를 선물로 주면 무척 기뻐했다.


미국에 살면서도 우리 가족은 한국 음식을 더 많이 해 먹었다. 때로는 미국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고향의 맛과 향기에 길들어 있었다. 삶은 변해도, 입맛만큼은 변하지 않는 한국 토종이었다. 미국에서 살아도, 우리의 음식이 주는 따뜻한 위로와 정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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