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경비원

낯선 땅에서 함께 살아가기

by 이미숙

주말 아침, 나는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칠 수 있기를 바라며 가게 문을 열었다. 주말은 언제나 분주하다. 미국 사회에서 주급을 받는 문화는 주말을 소비의 날로 만들었고,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는 광경이 익숙한 일이 되었다.


가게를 찾는 사람들도 다양했다. 단골손님부터 가격을 비교하며 여러 가게를 오가는 손님들, 그리고 때때로 도둑이나 강도까지. 한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은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 문을 열고 장사를 해야 했다. 특히 흑인 지역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험이 따르지만, 그 지역사회와 유대감을 쌓으며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었다. 그런데도, 총기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환경 속에서 항상 경계를 늦출 수는 없었다.


도난과 강도를 예방하기 위해 대부분의 가게는 Security Guard(경비원)를 고용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가게 주인과 경비원만 아는 암호를 정해 한국어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후드티를 눌러쓴 남자가 검은 안경을 낀 채 작은 권총을 들고 가게로 들어왔다. 단숨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조용히 경비원을 향해 한국어로 ‘총’이라는 신호를 보냈고, 경비원이 다가와 강도와 실랑이를 벌리는 사이 나는 몸을 피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잠시 후,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서로 총을 겨누며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다. 결국 강도는 경찰에 체포되었지만, 몇 시간 만에 석방되었다. 놀랍게도 그는 가족과 함께 다시 가게를 찾아왔다. 이번에는 직접 총을 들지 않았지만, 가족들과 함께 물건을 훔치려다 다시 붙잡혔다. 더 놀라운 건 그의 태도였다. 부끄러움도, 죄책감도 없었다.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한 모습에 나는 깊은 당혹감을 느꼈다.


이러한 일들은 흔했다. 그러나 매번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단 한 순간의 방심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곳. 그렇기에 항상 긴장 속에서 살아야 했다. 다행히 경비원이 있어 한결 안전했지만, 그들과도 신뢰를 쌓아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깨달았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장사만 잘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이 지역 사람들과 신뢰를 쌓고, 적대감을 줄이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흑인 사회는 낙천적이고 순수한 면이 강하다. 그들은 따뜻한 마음과 의리를 중시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일부 사람들로 인해 힘든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밝고 활기찬 사람들이었다. 많은 한인이 흑인 지역에서 사업을 하며 가족처럼, 친구처럼 깊은 친분을 유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공존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그러나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서도 신뢰를 쌓고,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나간다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언젠가 이곳에서 경비원이 필요 없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한인들은 근면하고 성실한 국민으로, 이 땅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서로를 지켜주고, 신뢰하며 공존하는 미래를 꿈꾸며 한인 사회의 발전을 응원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