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청년의 기쁨과 실망 사이
"Miss Lee, No Good이야!"
저만치서 달려오며 내 얼굴을 보자마자 "No good"를 외치는 멕시코 친구, 폰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이라 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되물었다.
"Why?"
남편이 작은 중고 픽업트럭을 몰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살 때부터 잔고장이 많아서 수시로 손봐야 했지만, 겉보기엔 제법 멀쩡한 차였다. 그 차를 유심히 보던 직장 동료 폰서는 늘 탐을 내며 말했다.
"이 차 꼭 나한테 팔아줘요!"
폰서는 이 차를 사서 멕시코 집에 가져다 놓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할 때도 종종 고장 나던 차라 멕시코까지 몰고 가기엔 무리라고 만류했다. 그래도 그는 이 차에 마음을 빼앗긴 듯했다.
"Very good! I Love it."
매일 차를 어루만지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마치 첫사랑에 빠진 사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차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 살펴보니 또 마후라(머플러)가 고장 나 있었다. 폰서는 여전히 차를 향한 애정을 감추지 못하며 매일 그 곁을 맴돌았다.
새 차를 사고 나서, 폰서를 불러 말했다.
"이 차 곧 팔 건데, 잘 살펴보고 괜찮다면 너에게 넘길게."
그는 너무나 기뻐했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넘기며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이 차는 오래 사용한 거니까, 살살 다루면서 조금씩 손봐가며 타야 해. 그리고 나중에 딴소리 없기!"
폰서는 신이 나서 차를 몰고 나갔고, 며칠 동안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즐겁게 차를 타고 다니던 어느 날, 멀리서 익숙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고개를 돌려보니 폰서였다. 그는 악셀을 힘껏 밟으며 도로를 씽씽 달리고 있었다.
"아이고... 저러다 차 금방 퍼지는 거 아니야?"
걱정스러웠지만, 첫 차를 가진 그의 들뜬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며칠 후, 폰서는 헐레벌떡 달려와 외쳤다.
"Miss Lee! No good이야. No good!"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너처럼 운전하면 좋은 차도 망가지는 거야."
"왜~ 또 뭐가 문제인데?"
폰서는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마후라가 또 터졌어요...." 그의 표정은 실망과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모양이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차 다시 가져와"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계속 탈래요."
그렇게 폰서는 멕시코까지 차를 가져가겠다는 꿈을 접고, 출근용 '애마'로 만족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차를 조심히 다루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의 애마는 미시간 곳곳을 누비며 힘차게 달려갔다.
점심시간이면 항상 웃으며 다가와 "Miss Lee, 불고기 맛있어요! 차돌박이 좋아요! 김치 사랑해요! 잡채 아주 좋아요!" 하던 멕시코와 필리핀 친구들.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며, 문득 그리워졌다.
지금쯤 폰서는 새로운 애마를 장만했을까? 어디선가 여전히 씽씽 달리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