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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searChurry Jun 27. 2020

User researcher, 그들은 누구인가

User/UX researcher.. 뭐하는 직업인가요?

사용자 경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토스나 카카오뱅크가 제공하는 송금 기능은 오래전부터 대부분의 은행에서 제공하던 서비스였다. 토스와 카카오뱅크가 제공한 것은 송금이라는 근본적인 가치는 동일하게 제공하면서 근본적으로 다른, 더 향상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뿐이었다. (공인인증서 불필요, OTP 카드 불필요 등). 


국민 앱이 된 유튜브에도 최근 영상 안에 재생목록이나 구간을 플레이 바에 표시해주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지금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유튜브에서 어떤 새로운 기능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도 안 했는데, 또 한 번 사용자들에 필요를 정확히 간파하여 서비스 경험을 향상했다는 게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최근 새로 산 차에 자율 주행 모드가 있어서 처음으로 자율 주행을 경험해 보았다. 앞차와의 간격을 인식해서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차선 방지 모드를 활용해서 자동으로 핸들이 꺾이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기술력이 어마어마하게 발전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나보고, '자율 주행 경험을 더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기능이 추가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본다면, 아마 나는 '글쎄요, 지금도 이미 충분히 신기하고 만족스러운데요. 딱 떠오르지 않습니다.'라고 대답을 할 것이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운전자도 비슷하게 대답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나 같은 일반 소비자는 단지 주어진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경험 내에서 평가할 수 있는 소비자이지, 선제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위해 자율 주행 분야의 동향을 파악하고 기술적인 이해를 갖춘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용자가 이미 충분히 만족하니, 더는 개선할 여지가 없을까? 그럴 리는 없다. 실제로 자율 주행을 조금 더 이용해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또 하나의 대단한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조수석의 아내에게 부탁하여 당시 사진을 찍어보았다.

자율 주행 속도를 80km/h로 맞춰 놓았는데 계기판의 속도는 이상하게 70km/h를 나타내고 있었다. 전방에 차량도 없는 상황이라서 왜 정해놓은 80km/h로 주행하지 않을까 의아하게 생각하던 중, 네비게이션을 살펴보니 현재 시속 70km/h로 주행하는 단속 구간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로의 속도제한 카메라를 인식해서, 속도위반을 하지 않도록 자동차가 알아서 속도를 조정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실제로 '와우'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렇게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는 서비스들은 도대체 어떻게 나오는 걸까? 정답은 바로 철저한 사용자 이해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에 있다. 


사람들은 모두가 원하는 것을 품고 살고 있다. 문제는 그 원하는 것을 모두 인지하거나, 항상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 일이 바쁘고, 친구들을 만나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시험이나 취업을 공부하느라 매진하고 있다 보면, 어떤 특정 서비스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깊이 있는 고민을 하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자율 주행하는 자동차가 속도 제한에 맞춰 알아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을 실제로는 '원하고' 있었지만 한 번도 본적도, 경험 해본 적도 없는 자율 주행에 대해서 '어떤 기능이 추가되었으면 좋겠나요?'라는 질문 한마디에 이런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는 없다.


소비자의 인지 영역에 존재하는 needs와 want 들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적절히 서비스에 반영하고 개선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인지 영역에 있는 니즈들은 자율 주행이나 유튜브에 추가된 기능과 같은 혁신적이고 '와우'를 끌어내는 기능 아이디어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인사이트들은 '수집'이 아니라, '발견/발굴' 되어야만 한다. 


사용자가 인지하고 있는 needs와 인지하지 못하는 hidden needs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활용해서 수집하고, 발견하기 위해서는 집요하게 사용자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노력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모두가 갖추어야 하고 갖출 수 있는 사고방식이지만, 가장 집중적이고 전문적으로 물고 늘어져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User Researcher이다.  따라서 User researcher라는 직군은 인지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 처음 만난 상대방이 속 깊은 얘기까지 털어놓을 수 있게 하는 소통 능력, 정보를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구조화시킬 수 있는 분석 능력 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고, 좌담회, UT, 설문조사와 같은 리서치 기법에 대해서도 높은 이해와 숙련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User Researcher들은 서비스 규모가 커지고 고도화될수록 더 필수적인 존재가 되는데, 그 이유는 규모가 커지면 조직이 커지게 되고, 각자 분야에서는 유능하지만, 사용자와 공감대가 낮은 인원들이 늘어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비전문적으로 사용자를 만나게 되면 '그들이 경험한 범위 내에서 한정적인 피드백' 위주로 수집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것은 마차에 더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마차가 아니라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 사용자 이해를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User Researcher의 존재가 더 가치를 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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