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연말이 찾아온 가운데, 그동안 여름의 더위를 못 이겨 아이스 말차 라떼만 먹었다면, 이제 핫 말차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원래 말차라는 게 핫이 기본인데 '핫말차'라니 꽤나 모순적인 말이다.
예전에는 말차의 존재를 몰랐다. 주로 '녹차라떼' 혹은 '그린티 라떼'라는 이름의 메뉴를 먹었는데, 어느 순간 스타벅스에서 '말차'라는 명칭을 조금씩 사용했던 것 같다. 아쉽게도 앞서 말한 메뉴들 모두 단맛을 머금고 있어서 자주 먹기에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말차'라는 말로 단어가 대체되면서, 구매자들이 쓴맛을 당연시하게 되었고 파는 입장에서도 굳이 단맛을 넣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음료 시장은 이렇게 평정이 된 것 같다.
디저트는 어떨까.
딸기 생크림 케이크같은 것들만 먹던 나는, 어느 순간 쓴맛이 섞인 디저트를 찾게 되었다. 흑임자라든가, 아모드 같은 것들. 이 역시 판매자 입장에서 모순을 견뎌내야 하는데, 예를 들어서 아몬드와 흑임자가 가진 향과 맛이 먹는 사람 입장에서 쓰게 느껴지면 안 되고, 한 마디로 '덜 달고 맛있다'로 느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덜 달고 맛있다'라는 웃긴 극찬을 얻기 위해, 오늘도 달고 맛없는 디저트를 먹으며 연구하는 카페 사장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이 글은 한 카페에서 말차 마들렌과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쓰고 있다. 방금 전에 상당히 큰 닭다리가 들어간 고칼로리 스프 카페를 먹었기 때문에, 내 몸에 대한 죄의식을 덜고 싶어서 시킨 것도 있다. 카페 시그니처 메뉴인 말차OO를 시키고 단맛을 즐기고 싶었지만, 쓴맛으로 죄책감을 없애고 싶었다.
일상에도 '말차' 같은 게 있다. 종일 무표정으로 살다가 집 가는 길에 산책하는 강아지를 보고 무심코 웃는 것.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고, 말차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문다. 달다. 쓴맛으로 죄책감을 없앤다는 건 착각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