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 오브 킬링 - Until Now

by 이백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백의 영화이야기. 두 번째 영화는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액트 오브 킬링>이다. 2013년 말 개봉된 <액트 오브 킬링>은 각종 SNS를 통해 영화인들이 보아야 하는 영화로 입소문이 났었다. <액트 오브 킬링>은 1960년대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가해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특성상 배우들은 실존 인물이고 실제로 당시에 살인을 한 당사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본인을 ‘프리맨’으로 지칭하는 ‘안와르 콩고’와 그 보조 ‘헤르만’은 당시 상황을 영화로 촬영하고 그 모습을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영화에 담았다.


<액트 오브 킬링>은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났던 과거를 보여준다. 그리고 학살의 가해자들이 권력을 장악해 득세하고 있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다큐멘터리 영화로써 사실 전달을 잘했기에 영화가 유명해진 것일까? 다큐멘터리 영화라 하더라도 본질은 영화이다. 영화가 유명하게 된 이유는 조슈아 오펜하이머만의 예술성이 영화에 가미됐기 때문이다.


2.jpg


먼저, 영화에 예술성을 가미시키는 요소는 영화 안에서 영화를 만든 것이다. 안와르는 할리우드 영화의 광팬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동안 인도네시아 대학살에 대한 영화를 찍는다. 과거 대학살이라는 역사가 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안와르의 영화적 시선이 있다. 여기에 다시 조슈아의 영화적 시선을 담아 영화를 만들게 된다.

이 이중구조를 통해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잔인함과 비인간적인 모습을 더 강렬하게 담아낸다. 학살 당사자인 안와르는 영화감독이 되면서 행위자에서 관찰자가 된다. 관찰자가 된 안와르가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이 모습이 이중구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이를 통해 안와르의 변화를 관객은 볼 수 있게 된다.


3.jpg


극 후반에 가면 안와르가 건물 옥상에 올라가 구역질을 하는 장면이 있다. 마치 죄를 토해내기라도 하듯이 힘들게 구역질을 한다. 이 장면은 안와르가 자신이 한 일을 영화로(객관적으로) 본 후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던 건물에서 찍히게 된다. 이 시퀀스는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되겠지만 내 생각에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후회와 고통을 겪게 되는 가해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처럼 가해자가 영화를 찍는 것을 보며 관객은 감정이입보다는 더 객관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가해자도 영화로써 자신이 한 일을 바라보고 힘들어하니 말이다.


4.jpg


이와 별개로도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영화 곳곳에 미장센과 인도네시아 풍경을 보여주면서 영화의 메시지를 암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촬영이 끝난 세트를 불태우면서 불타는 모습의 마을과 영화 촬영을 힘들어하는 사람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준다. 이 장면은 그 당시(1960년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모습과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불타고 있는 마을의 이미지는 관객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는다. 또한, 앞선 대사와 연계되어 인도네시아의 살인자들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들게 한다. 영화 촬영임을 알고 있음에도 영화 촬영 엑스트라들, 특히 아기들은 기진맥진하게 되고 안와르는 이 참혹한 현장임을 인지하게 된다. 과거에 있던 일에 자부심을 가지던 안와르는 영화를 찍어감에 따라 그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렌즈가 만들어낸 아이러니


5.jpg


보통 영화는 픽션을 다룬다. 현실이 아닌 현실을 모방한 모습을 영화에 담는다. 하지만, 안와르의 영화는 픽션이 아닌 현실이다. 픽션영화로 자신의 행적을 자랑스레 떠들려고 만든 영화였지만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된다. 다큐멘터리가 된 영화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즉, 안와르가 보고 싶어 했던 모습과 메시지는 그동안 잘못된 렌즈로 현실을 보고 있다는 깨달음을 주게 된다. 오히려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니 지금의 세상이 잘못됐고 자신의 과거가 잘 못 됐다는 아이러니를 만들어 낸다. 픽션영화가 다큐멘터리 영화가 되는 순간을 <액트 오브 킬링>은 담고 있다. 그렇기에 <액트 오브 킬링>은 다큐멘터리 영화이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예술성을 담고 있다. 삶의 헤게모니와 그 이중성에 대해 낱낱이 고발하는 영화이다.


인도네시아의 역사 자체만으로도 강함 힘과 묵직함이 있다. 여기에 조슈아의 영화적 기법과 예술성이 더해져서 영화는 한편의 초현실주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 <액트 오브 킬링>은 부당한 현실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잔혹한 영화이다. 그렇기에 여러분 모두에게 추천하는 영화이다.


별점 : ★★★★☆

한줄평 : 픽션영화가 현실이 되는 순간


- 사진출처 : 다음 영화, 검색어 ‘액트 오브 킬링’

매거진의 이전글시네마 천국 - 끈은 다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