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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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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주 Aug 07. 2019

[오래 봐도 예쁘다],
오래 볼 수 있을까?

반려 동물 소재의 관찰 예능, 차별점은 없었다.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신작 예능, [놀면 뭐하니?]가 화려한 첫 선을 보인 한 주, 목요일 10시 예능도 하나 포문을 열었다. [오래 봐도 예쁘다]라는 반려동물 관찰 예능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 등 MBC의 인기 예능들이 파일럿을 거쳐 정규 예능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반려 인구 1,500만 시대!
당신은 반려 동물과 함께할 준비가 되었나요? 
반려인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을 점검해보는 신개념 펫방 <오래 봐도 예쁘다>

  좋은 취지의 좋은 예능. 그런데 또 관찰 예능. 익숙한 모양새다.



[오래 봐도 예쁘다], 차별점은 무엇?


 [오래 봐도 예쁘다]는 반려인이 되고자 하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자격을 시험하기 위해 타인의 반려 동물을 만나는 과정을 담았다. 일반 관찰 예능에 ‘동물’이라는 소재와 ‘팁’이라는 전문성을 더해 차별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것이 [오래 봐도 예쁘다]를 차별성 있는 관찰 예능으로 만들었는지는 의문이다.


 [오래 봐도 예쁘다] 1화.
 세 반려 연예인의 집에 반려인이 되고자 하는 연예인들이 방문했다. 처음 보는 반려 동물과의 인사와 적응. 그것이 1화에 담은 내용이었다. 강아지와 고양이 전문가가 VCR을 보면서 반려인에게 필요한 코멘트를 남겼다.


 세 개의 VCR을 보면서, 타 방송사와 MBC에서 방영 중인 여러 가지의 관찰 예능이 떠올랐다. ‘반려 동물과의 공생을 위한 예능’이지만 주요 포커스는 반려 동물을 대하는 연예인의 반응에 맞춰져 있었다. ‘반려인’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을 점검하는 예능이라지만, 이는 일반 관찰 예능에서 타인의 반려 동물을 만난 에피소드, 그 이상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반려 동물을 소재로 삼았다면, 반려 동물이 가진 에피소드와 사연에 더 집중했어야 했다. 사람과 동물 사이의 교감을 관찰 에는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은 모 방송사의 [TV 동물 농장]과 [나 혼자 산다]를 섞는 시도와 마찬가지다. 그리고 [오래 봐도 예쁘다] 1화에서는 그런 면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


 강아지와 고양이 전문가 패널이 연예인의 행동에 코멘트를 하며 필요한 상식을 소개했는데, 이것 역시 ‘펫 관찰 예능’이라는 정체성을 굳혀주지는 못했다. 전문가의 코멘트는 VCR 속 연예인과 반려 동물의 행동에 의존한다. 연예인과 반려 동물이 교감하고 호응하는 만큼만 코멘트를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VCR에 담긴 모습은 처음 보는 동물을 대하는 전형적인 사람의 모습이다. 전문가가 좋은 팁을 전수할 만큼의 교감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실제 1화에서 제대로 이루어진 코멘트는 VCR 하나당 한 개 정도에 불과했다. 프로그램 한 화에 VCR 세 개가 들어가니 프로그램 분량에 비해 턱없이 적은 팁이다. 이것은 프로그램의 차별점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1화만 보자면, [오래 봐도 예쁘다]는 어중간하다. ‘동물’과 ‘전문가’. 즉, ‘귀여움’과 ‘전문 지식’을 앞세운 예능이지만, 이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잡지 못했다. 동물의 사연이나 귀여움에 있어서는 [TV 동물 농장]을 넘지 못했고, 전문가의 팁에 있어서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따라가지 못했다. 연예인 관찰 예능이라고 하기에는 타 예능들과의 차별점이 부족하다. [오래 봐도 예쁘다.], 이대로 괜찮을까?



반려 동물, 예능에 어떻게 담아야 할까?


 지금까지 여러 펫 관찰 예능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사례는 없었다. 동물이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다. 가족이나 게스트는 대화가 가능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가 넓다. 하지만, 동물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담아내는 타 관찰 예능보다 대사량도 적다.


 ‘동물을 사랑하는 반려 인구가 늘고 있다.’


 이 일반적인 사실 하나 만으로는 펫 예능이 성공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관찰 예능의 포맷으로는 반려 예능으로 자리잡기에 무리가 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대상을 담아내는 관찰 예능. 오가는 대화가 자연스럽지 않아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예능. MBC는 이미 그런 관찰 예능을 방영한 적이 있다. 바로 [아빠, 어디가?]다.



[아빠, 어디가?], [오래 봐도 예쁘다]한테 조언을 부탁해!


 아이들과 반려 동물의 공통점은 많다. 보호자가 필요하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지만, 그 모습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동물들은 동물들끼리 있을 때 그 케미스트리와 재미가 배가된다.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대한민국을 [아빠, 어디가?]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그렇다면 [오래 봐도 예쁘다]가 [아빠, 어디가?]에서 본받아야 할 점은 무엇일까.


 바로 카메라의 초점이다. 카메라가 집중하는 곳은 어디인가? [아빠, 어디가?]의 카메라는 아이들에 집중했다. 아이들이 어려 아빠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일이 많기는 했지만, 사건의 중심은 늘 아이들이었다. 요리를 하는 장면에서도 아빠의 요리 과정보다는 그것을 기다리는 아이, 맛있게 먹는 아이,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이, 아이를 관찰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오래 봐도 예쁘다]는 기획 의도에서 알 수 있듯, 반려 동물보다는 반려인에 초점을 맞췄다. 반려 동물을 새로운 소재로 내세웠다면 그에 초점을 맞추어야 했다.


 예를 들어, 손을 강아지 머리 위로 올려 쓰다듬는 것이 강아지에게 위협적인 행동이라면, 그 행동을 당한 강아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여줬어야 했다. 그랬다면 반려인 꿀팁에 설득력이 실렸을 뿐 아니라, 반려 동물에 더 주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빠, 어디가?]가 사랑받은 이유는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팁을 알려주었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아빠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양육방식을 배운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아빠, 어디가?]의 본질은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이렇게 해야 잘 자라요.’


 하는 것이 아니라, 아빠의 행동이나 사건 등 다양한 일에 놓인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다. 노력은 모두가 했지만, 마음을 연 것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마음을 여는 과정을 담아냈기 때문에 [아빠, 어디가?]가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오래 봐도 예쁘다]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반려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이 변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반려 동물이 마음을 열고 반려인을 따르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국 좋은 반려인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반려 동물과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다. 1화에서, [오래 봐도 예쁘다]는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반려 동물은 이렇게, 이렇게 해야 좋아해요.’




 [오래 봐도 예쁘다]가 [아빠, 어디가?]처럼 최고의 관찰 예능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아닌가!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바꾸어야 한다. 반려 동물에 대해 ‘알려주려고’ 하기보다는, 반려 동물을 ‘이해하고자’하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아직 파일럿 예능이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파일럿 기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정규 예능으로 돌아온다면, 이 점은 분명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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